이건희회장 20년, 신경영에서 창조경영까지

이건희회장 20년, 신경영에서 창조경영까지

김진형 기자
2008.04.22 15:15

1987년 취임후 삼성과 한국 경제의 변화 주도

지난 1987년 11월 19일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이 타계하자 그해 12월 1일 이건희 회장은 46세의 나이로 삼성그룹 회장직을 맡았다.

'젊은 총수'는 20년에 걸쳐 삼성그룹을 세계무대에서 손꼽히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고 한국경제가 2만달러 국가로 성장하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취임 20주년을 맞는 올해 '아직 갈 길이 멀고 할 일도 많아 아쉬움이 크지만 지난날의 허물을 모두 떠안고 가겠다'며 퇴진을 선언했다.

◆이건희 20년, 삼성은 얼마나 성장했나=이 회장이 취임한 지난 1987년 삼성그룹 전체 매출은 17조원, 이익은 2700억원이었다.

이후 20년에 걸쳐 삼성그룹의 매출(2006년 기준)은 8.9배인 152조원으로 늘었고, 세전이익은 52.6배 증가한 14조 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삼성그룹의 시가총액은 1987년 당시 1조원에서 140조원으로 140배 늘었다.

수출은 9억 달러였던 것이 73.7배 늘어 663억달러를 기록했다. 그 사이 직원수는 16만명에서 25만명으로 약 60% 증가했다.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당시 '안방 기업'에서 2007년 전세계 21위의 가치(169억달러)로 커졌다.

◆끊임없는 변화 모색= 삼성의 지난 20년의 성장사에는 고난도 빼놓을 수 없다. 그 때마다 이 회장은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하며 삼성을 한단계 도약시켰다.

이 회장은 취임 이듬해이자 삼성그룹 창립 50주년이었던 1998년, 제2창업을 선언했다. 1966년 동양방송에 입사한 후 20여년의 경영수업을 통해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내놓은 '이건희식 경영'의 출발점이었다. 그는 당시 '21세기 초일류기업 달성'이라는 비전과 '조(兆) 단위 순이익 실현'을 약속했다.

하지만 제2 창업 후 5년이 지난 1992년까지도 그가 원하는 수준까지 오르지 못했다. 1990년까지만 해도 삼성제품은 LA의 한 매장 구석에 먼지를 쓴 채 `처박혀' 있었고 1991년 당시 삼성그룹 전 계열사의 순이익을 합해도 현대중공업 한 기업의 순이익 2000억원보다 못할 정도로 초라했다.

결국 이 회장은 1993년 `가족을 빼고는 모두 바꾸라'는 프랑크푸르트 선언, 이른바 '신경영'을 발표했다. 신경영은 양 중심에서 질 중심으로의 경영 패러다임 변화를 선언한 것이었다.

이 회장은 1995년 알게마이네 자이퉁지에 기고한 `21세기를 향한 아젠더(Agenda fur das 21 Jahrhundert)'라는 글에서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회장 취임 이전부터 질 위주의 경영을 끊임없이 강조해 왔지만 경영관행은 여전히 양적 기조를 벗어나지 못했고, 대단히 위험한 타성이 그룹을 지배하고 있었고 내 눈에는 위험수위를 넘는 것으로 보였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회사를 팔아야 한다고 판단되면 눈치 보지말고 과감하게 정리하라"는 구조조정 원칙을 천명하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위기를 돌파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1998년 매출 20조 1000억원, 순이익 3000억원으로 영업이익률 1.5%였던 삼성전자는 2000년부터 변신에 성공했다.

◆창조경영의 시작..그 결실은 아직=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대의 경영실적을 올리며 삼성그룹은 급성장했지만 이 회장은 '5년, 10년뒤 무엇을 할 것인지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며 미래에 대한 준비경영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창조경영'이란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20세기에는 물건만 잘 만들면 1등이 됐지만 지금은 품질에 별 차이가 없다. 21세기는 여기에 디자인, 마케팅, R&D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창조적인 것을 만들어 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의 '창조경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각 계열사마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이 회장은 결실을 맺기도 전에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그는 "삼성이 초일류 기업으로 인정받는 날, 모든 영광과 결실은 삼성 가족의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국민들에게는 "(삼성을) 앞으로 더욱 아끼고 도와 주셔서 세계 일류 기업으로 키워 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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