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 한화 공세 밀려 M&A 실패

메리츠화재, 한화 공세 밀려 M&A 실패

김성희 기자
2008.06.24 17:58

(종합)적대적 M&A 선언 두달만에..공개매수 철회 논란

메리츠화재가제일화재인수 포기를 공식 선언함에 따라 지난 4월 17일 이후 시작된 제일화재 인수전이 두 달여 만에 막을 내렸다.

제일화재를 둘러싸고 한화그룹과 인수전을 펼쳤던 메리츠화재는 한화라는 대기업의 물량공세 앞에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백기를 든 셈이 됐다.

24일 현재 제일화재 대주주 지분을 포함한 한화 측의 제일화재 지분율은 공식적으로 47.18%로 메리츠화재의 11.46%를 4배 이상 앞서고 있다.

게다가 한화 측의 지분은 비공식적으로는 50%를 넘었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어 메리츠화재가 인수 포기 선언을 하지 않더라도 '게임은 끝났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메리츠화재, 왜 실패 했나=메리츠화재가 제일화재의 적대적 M&A를 선언한 것은 지난 4월 17일. 8개월 동안 물밑에서 제일화재 지분 11.47%를 취득한 메리츠화재는 제일화재 최대주주인 김영혜씨에게 인수제안서를 보냈다.

당시 제일화재는 최대주주의 지분이 20.68%에 불과했고 우호지분을 포함하더라도 21.13%여서 적대적 M&A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회사였다.

그러나 제일화재의 뒤에는 한화가 있었다. 김씨의 동생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메리츠화재의 적대적 M&A가 실패로 돌아간 원인은 한화라는 대기업의 움직임을 사전에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메리츠화재가 적대적 M&A를 선언한지 4일여가 지난 21일 한화그룹은 제일화재의 경영권을 인수해 한화손해보험과 합병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메리츠화재측을 압박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부터 한화측은 제일화재의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 3일 만에 9.0%의 지분을 사들여 김씨가 가진 지분을 포함한 한화 측의 제일화재 지분은 30.13%로 늘어났다.

김영혜씨 측은 메리츠화재의 제안을 거부한 채 한화건설에 의결권을 위임하면서 제일화재 인수전은 사실상 한화 측으로 기울었다. 이후 제일화재는 한화그룹으로 편입됐고 한화 측의 지분이 47.18%까지 늘어나자 메리츠화재는 백기를 들고 말았다.

이와 관련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제일화재 인수를 추진하면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했으나 한화가 이렇게 빨리 직접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고 말한 바 있다.

한화가 대기업인 만큼 제일화재 인수전에 뛰어들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얘기다.

결국 한화의 발빠른 대응과 그에 걸맞는 행동이 메리츠화재의 적대적 M&A 시도를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메리츠화재, 법적 문제 없나=메리츠화재가 공개매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메리츠화재가 법적 책임이 없는지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메리츠화재가 공개매수를 하지 않을 경우 불공정거래로 주주들의 집단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리츠화재측은 공개적으로 M&A를 추진하다 실패한 것이어서 법적인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비공개적으로 M&A를 추진한 것도 아니고 주가조작 등을 위한 것도 아닌 만큼 법적으로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감독당국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이지만 좀 더 지켜볼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의 관계자는 "비밀리에 진행했다면 주가조작 혐의가 있겠지만 모든 것이 공개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주가조작으로 보기 어렵다"며 "그러나 지분 취득과정이나 이후 지분 처리 과정 등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메리츠화재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제일화재 지분 11.47%는 당분간 계속 보유하겠다는 입장이다.

24일 제일화재 주가는 메리츠화재의 인수 포기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일대비 11.46% 급락한 1만1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앞으로 제일화재 운명은?=제일화재는 메리츠화재가 인수 포기를 선언했지만 한화손해보험과 합병이라는 수순을 남겨 놓고 있다.

제일화재 최대주주인 김영혜씨가 의결권을 한화측에 넘기고 이사회 의장직에서도 물러나면서 제일화재는 한화그룹으로 편입됐다. 이후 한화는 제일화재에 한화 측 임원 2명을 파견하는 등 실질적인 대주주 역할을 하고 있다. 한화측은 제일화재와 한화손보와의 합병은 시간을 두고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제일화재가 한화손해보험과 합병될 경우 산술적으로는 시장점유율 8% 수준의 대형 손보사로 발돋움할 수 있다. 그러나 보험사 합병은 '1+1=2'라는 산술적인 수치가 통용되지 않는다. 생보사의 예를 보더라도 '1+1=1'에 가까운 수준이 되고 만다.

따라서 당분간 제일화재와 한화손보를 합병하지 않고 별개의 회사로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두 회사 모두 지급여력비율이 낮아 합병을 한 후 회사를 정상화시키려면 추가로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3월 말 기준 제일화재의 지급여력비율은 145.2%, 한화손보는 149.5%로 모두 150%를 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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