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체 잇따른 등급 상향…동시에 업황 불안 전망 내놔
이 기사는 07월01일(15:51)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며칠 전 국내 신용평가사의 업황 전망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이렇다.
한진해운(6,250원 ▼10 -0.16%)의 장기 신용등급은 지난달 12일 상향 조정됐다. 공시된 한진해운의 총 차입금은 2조7126억원. 차입금은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해운 시황 호조에 따라 영업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게 평가를 담당한 한국기업평가의 설명이었다.
뒤이어 지난달 17일에는 현대상선의 장기 신용등급 역시 상향됐다. 이 또한 해운 시황 호조에 따른 영업실적 개선 전망이 주된 평가 이유였다.
유례없는 유가 급등에 따라 관련 산업 위기론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지만 이와 무관한 듯 한국신용평가도 지난달 23일 현대상선의 기존 ‘A-‘등급을 ‘A’로 올렸다.
현대상선의 신용등급 상향이 이뤄진 이날 한신평에서 국내 해운산업을 다룬 전망 보고서가 나왔다.
현재와 같이 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해운업체들의 수익성이 점차 위축될 것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보고서였다. 재무부담 증가가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과 연결된다는 보고서 내용은 연이은 해운업체들의 등급 상향을 무색하게 만들어 버렸다.
한기평의 해운업 전망도 한신평 보고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완만한 조정을 예상한 것. 선종에 따라 시황을 달리하지만 고유가 리스크와 세계 경제 둔화 요인을 우려할만하다는 이유에서다.
업황 따로, 개별기업 따로 상반된 전망이 나온 셈이다.
장기 신용등급은 회사채 발행기업의 장기적인 신용도에 초점을 맞춰 원리금의 지급능력을 평가한다. 발행 기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소액 투자자를 보호하고 채권시장에서의 합리적인 가격 형성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해운업체들의 장기 신용 등급은 상향하고 업황 전망 보고서를 통해서는 등급 하락 가능성을 언급하는 평가사의 태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한신평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고유가에 따른 가격 인상분 전액을 화주에게 전가하기 힘든데다 선사간 경쟁, 선복량 공급 과다 등의 상황도 해운업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도 "시황 대처 능력에 따라 산업 전망과 다르게 특정 업체의 신용등급이 평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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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의 경우 유류할증료제도 등을 통해 일정 부분 원가부담 전이가 가능하고 사업포트폴리오가 우수한 기업의 경우 불안정한 업황에서도 재무구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장기 신용등급 평가에 있어 재무제표나 회사의 수익성 보다 기본 업황이 우선적인 고려 사항이라는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의 말을 되짚어봤을 때도 평가사의 해명은 여전히 개운치 않은 뒷 맛을 남긴다.
한진해운의 경우, 등급 상향이 이뤄진 비슷한 시점에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기도 했다.
증권사의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개별 종목 분석과 업황 분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면서 “해당 기업이 속한 산업 변동성이 자연스럽게 종목 분석의 배경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신정평가 관계자는 "내년 이후 수급 문제가 불거지게 되면 현재의 해운업 호황세는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영업 레버리지나 재무 레버리지가 높아져 있는 상태에서는 경기 변화에 대응하기 힘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용등급 평가는 시황이 안 좋을 때를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은 평가사의 신중함에도 아쉬움을 남긴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이율배반적인 평가는 공감하기 힘들다. 신용평가사의 핵심은 ‘신뢰’에 있다. 신뢰는 확고한 기준과 일관성 있는 시각에서 비롯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