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묻지마 펀드' 커져가는 시장우려

[기자수첩]'묻지마 펀드' 커져가는 시장우려

이규창 기자
2008.07.27 13:47

"국민은행에서 가입했는데 이름은 잘 모르겠어요. 적립식과 거치식, 그게 뭐죠?"

어느 모임에서나 펀드 담당 기자는 많은 질문을 받는다. 가입한 펀드의 손실이 커서 고민이 된다는 푸념과 함께 "언제 환매해야 하나, 어떤 펀드로 갈아탈까"라는 질문에 둘러싸인다. 아는 선에서 최대한 친절하게 조언하고 싶지만, '묻지마 투자자'를 만나면 속수무책이다.

최근 증시 하락으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었다. 위험을 제때 경고하지 못한 전문가들의 책임도 크지만 투자자들의 '묻지마 투자' 행태도 한몫했다. 지난해까지 몇년동안 이어진 강세장에서 묻지마 투자는 그럭저럭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추세 하락장에서 그 부작용은 매우 크며, 때로는 개인 투자자들의 인생을 위협하기도 한다.

기자에게 조언을 구하는 투자자 중 상당수는 자신이 가입한 펀드의 이름조차 몰랐다. 적립식과 거치식을 구분할 줄 아는 투자자는 그나마 초보를 벗어난 셈이다.

포털사이트에서 읽은 여러 언론사의 기사를 모두 '네이버 기사'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처럼, 판매사와 운용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투자자들도 여전히 많다. 적립식펀드 계좌수가 1600만개를 넘은 '국민펀드 시대'지만 묻지마 투자는 여전하다.

묻지마 투자는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의 책임만은 아니다. 판매사는 지식이 부족한 투자자에게 각 상품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운용사는 투자자들이 맡긴 돈을 어떻게 운용했고,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자세히 알려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펀드 관련 민원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펀드의 불완전판매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펀드시장을 둘러싸고 구매자(펀드투자자)나 판매자(운용사)가 모두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에 펀드시장의 선진화가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묻지마 투자는 자칫 '묻지마 (대량) 환매'로 이어질 수 있다. 살 때 제대로 따져보지 않았는데, 팔 때 꼼꼼히 생각할 까닭이 없다.

시장의 선진화와 안정화는 구매자와 판매자 등 시장 참여자들의 성숙을 토대로 이뤄진다. 국민펀드 시대를 맞이했지만, 여전히 국내 펀드시장에 대한 우려가 잦아지지 않은 것은 바로 이런 성숙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증시가 불안해지면서 '묻지마 투자'의 잠재 파괴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내가 묻지마 투자의 전형적인 사례가 아닐까", "투자자들을 너무 소홀히 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진지한 고민이 진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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