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note]
이 기사는 12월05일(09:29)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100원 하던 호떡이 갑자기 150원으로 올라 아주머니한테 그 이유를 물었더니 "환율 때문"이란다.
올해 밀가루값과 환율이 동시에 급등했으니 그의 말에 수긍했다. 그만큼 환율이 세사의 관심이 되고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호떡 장수 아주머니 뿐 아니라 정부와 기업, 개인 등 환율과조금이라도 관계있는 사람들 역시 환율에 대한 관심도가 극도로 높아진 게 사실이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구제금융을 다시는 받지 않겠다고 달러 모으기에 열을 올렸고 기업들은 부채비율 축소, 무분별한 해외 사업 자제 등 각고의 노력을 했다.
하지만 최근 환율 급등으로 또 다시 불거진 '외환' 위기의 일련 과정을 살펴보면 그 노력이 여전히 부족했음을 느낀다.
#정부
작년 하반기 환율과 채권금리 급등은 외화유동성 문제로 인한통화스왑(CRS)과 이자율스왑(IRS)의 급변동 때문이었다. 당시 재정부 관료들은 이를 아는 게 내공이었고 자랑거리였다.
반대로 말하면 금융시장, 특히 외환과 외화자금시장의 메커니즘 파악에 둔감했다는 이야기다.
또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로 불거진 전세계적 금융 공황에도 불구하고이에 대한 정보 수집과 분석 등을 담당하는 인원이 많지 않았다.
국제금융통이 부족했단 말이다. 전문 인력 부족으로 미국, 유럽에서 어떤 금융회사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모을 수 없었다. 정부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는 날 외평채 발행에 나섰다. 변명할 여지가 없다.
#금융회사
일부 은행은 작년 9월 BNP파리바 펀드 환매 중지 이후 달러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고한다. 다른 은행들이 만기가 돌아오는 외화 상환에 다급해진 동안 이 은행은 외화 자금 시장에서 돈을 굴리며 짭잘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반면 대부분의 은행들은 외화 부족으로 정부에 손을 벌리고 있는 실정이다. 늘려놓은 외화 자산을 감당 못해 수출기업들의 무역금융마저 받아주지 못하고 있다. 기존 거래 기업과 관계가 끊길 수 있고 또 정부의 곱지 않은 시선에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독자들의 PICK!
고객과의 환거래에서 리스크 관리도 부족했다. 복잡한 파생상품인 통화옵션(KIKO)을 지방의 지점을 통해 팔고, 대출과 함께 꺾기를 하는 등 외환거래의 위험성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 그 위험이 고객에게만 돌아갈 줄 알았던 은행중 일부는 기업이 파산하면서 그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기도 했다. 무책임한 리스크 관리가 은행에게 그대로 전달된 셈이다.
#기업
한 해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환율 때문에 다 날려버릴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대비가 너무 부족했다. 대비 부족을 넘어 환투기에 가까운 헤지를 하면서 위험을 키우기도 했다. 일부는 벌어들일 달러가 없는데도 이보다 훨씬 많은 달러를 헤지해놓고 환율 변동을 통한 수익 창출에 열을 올렸다.
환전략을 제대로 갖춘 기업들도 많지 않았다. 달러 현금을 받는 쪽과 선물환 혹은 옵션으로 헤지를 하는 부서가 다른가 하면, 기업 임원이 환율을 통해 수익 창출에 나서라고진두지휘한 곳도 있다.
어떤 수출기업 임원은 열심히 환전략을 세워놓고 실천했는데 결과적으로 환율이 올라 '왜 헤지를 했느냐'며 질책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한다. 긴 시각에서의 전략이 아닌 짧은 기간 수익을 내느냐 못 내느냐로 환전략을 판단하는 일부 기업들의 인식 부족이 여실히 드러난다.
#시장
100명을 넘지 못하는 현물 외환딜러들이 좌지우지하는 서울 외환시장의 환율. 마음 먹고 담합하면 환율 변동성은 극에 달한다. 감독당국이 일일거래내역을 보고하라고까지 강제하고 나설 정도였다. 여전히 좁고 얕은 시장인 셈이다.
또 하나, 턱없이 부족한 외환 분석가들. 증권사나 은행, 선물회사에 포진한 외환 애널리스트들은 찬밥이다. 그러니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해외펀드와 M&A 등크로스보더(cross border) 딜(deal)이 많아졌는데도 그 밑바탕이 돼주는 외환에 대해서는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또 다시 외환 위기의 큰 파고를 헤쳐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 터널의 끝이 조금씩 보이려고도 한다. 분명한 건 그 터널을 빠져 나오느라 많은 것을 잃었다는 것이다.
소 잃었으니 외양간 고칠 때가 된 셈이다. 소를 찾아 외양간을 채우는 것에만 급급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