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신년인사회 행사장에 들어서면서 취재진에게 신년 인사를 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전 세계 자동차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 인만큼 올해 경영전략과 사업전망을 묻는 질문이 쏟아졌지만 정 회장은 짧은 덕담만 남긴 채 행사장으로 걸어갔다.
정 회장이 국내 1위의 자동차기업을 이끌고 있는 총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쉬움이 남는 '찰라'였다.
행사가 끝난 후 다시 모습을 드러낸 정 회장은 역시나 말을 아꼈다. "복 많이 받으라"는 말을 다시 건넨 뒤 '올해 자동차 판매가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세계적으로 수요가 줄고 있으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분명히 올해 자동차 판매가 감소할 것이라는 어조였지만 그나마 그것도 분명하게 맺지 않았다.
경영계획, 판매목표 등을 묻는 질문이 계속 나왔지만 정 회장은 손을 가로 저었다. 그러면서 차를 타기 직전에 "다 아는데 뭘..."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최근 힘들어진 기업 상황을 다 알면서 뭘 물어보냐는 뜻으로 들리기도 하고, 하루가 다르게 예측 불허의 형국으로 치닫는 세계 경제의 흐름 속에서 정확한 목표치를 내놓기 불가능하지 않느냐는 해명으로 들리기도 한다.
그룹 관계자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인데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느냐"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인 셈이다.
실제로 정 회장은 지난 2일 개최한 시무식에서 매년 제시해왔던 사업계획과 목표를 내놓지 않았다. 지난해 정 회장은 전년보다 20% 이상 늘어난 480만5000대의 국내외 판매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올해 정 회장은 "모든 임직원이 한마음이 되서 위기를 헤쳐 나가자"고 직원들을 독려한 뒤 '위기 속 생존'을 경영화두로 제시하고 '글로벌 판매확대를 통한 수익성 확보'만을 거듭 강조했다.
현대·기아차(160,300원 ▼8,200 -4.87%)관계자는 "워낙 전 세계 자동차 산업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사업계획 자체를 확정한다는 게 의미가 없다"며 "당분간은 시장 동향과 경쟁업체의 움직임, 환율 등 주요 변수를 주시하면서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