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電 어닝 쇼크에도 코스피 낙폭 제한
주식시장이 버티는 힘이 의외로 강하다. 전날 4분기 경제성장률에 이어 삼성전자 실적까지 예상보다 크게 악화된 지표에도 주가 낙폭은 제한적이다.
23일 시장 컨센서스보다 저조한 실적을 내놓은삼성전자(226,000원 ▲4,000 +1.8%)는 4% 이내로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 발표 전 5% 가까이 떨어졌던 주가는 오히려 낙폭을 축소했다. 전날 4분기 GDP 발표를 통해 경기 하강이 예상보다 빠르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지만 코스피 지수가 상승한 데 이어 의외의 반응이다.
전반적으로 거래가 부진하지만 '팔자' 세력이 강하지 않다. 연초 이후 누적 순매수를 보였던 외국인이 최근 매도우위로 돌아섰지만 공격적인 움직임은 아니다. 이날 장중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600억원에 불과하다. 다만 지수선물 신규 매도를 통한 주가 압박이 우려되는 상황.
삼성전자와 관련, 시장 전문가들은 최악의 상황을 어느 정도 각오한 데다 매를 먼저 맞은 측면이 있다는 이유로 주가 하방경직성을 설명했다. 실적과 향후 전망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의견은 '속'을 좀 더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 일단 실적 발표 이후 주가 흐름은 '패닉'으로 치닫지 않고 있지만 올해 시장 대비 아웃퍼폼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의 주식운용팀장은 "4분기를 바닥으로 봤으나 실적 악화가 1, 2분기까지 이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월 수출 감소율을 감안할 때 소비재 업체인 삼성전자가 파장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4분기 바닥 여부는 1분기에 대한 회사측 전망을 분석해봐야 판단할 수 있다"면서도 40만원대 초반의 주가가 단기 바닥권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50만원 초반대를 유지하던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미 실적 악화를 반영한 것이라는 얘기다.
이 매니저는 "IT 전반의 수요 부진이 심각하지만 반도체 부문의 경우 설비 축소를 가장 먼저 추진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황창중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IT는 전반적인 경기 흐름과 디커플링되는 특성이 있고, 미리 구조조정이 이뤄졌기 때문에 D램과 LCD 가격의 바닥론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악재를 미리 반영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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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메가톤급 쇼크에도 주식시장이 하방경직성을 보이는 데 대해 시장 전문가는 환율 효과와 개인의 적극적인 매수, 경기 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풀이했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은 "원/달러 환율이 1350원 선에서 유지되는 것이 주식시장에 완충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화 약세가 외국인 매도를 진정시키는 한편 수출 기업의 실적 악화를 방어해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일본 증시에 비해 코스피시장의 내성이 강해진 이유가 원화 약세와 맞물려 있다고 그는 판단했다.
개인의 매수 역시 시장 체력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개인의 '사자'는 매물에 밀려 소극적으로 체결되는 물량이 아니라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과 어느 정도 바닥을 다졌다는 판단에 따른 적극적인 매수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1분기를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경기 부양책의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거나 하반기 이후로 늦춰질 수도 있고, 이 경우 실망한 투자자들이 '팔자'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
김한진 부사장은 "일평균 수출 금액이 최고치였던 16억 달러에서 지난달 11.4억 달러로 감소했고, IT 버블 이후 6억 달러 아래로 떨어진 사실을 감안할 때 추가로 감소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수출 기업의 실적이 여전히 어둡고, 정책 기대감에 따른 시장의 숨고르기가 지속될 것인지 여부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것.
황창중 센터장 역시 투자자들이 연이은 악재에도 공격적으로 주식을 던지지 않고 있지만 바닥을 기약하기는 힘든 상황이며, 추세 전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