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사정SHOW', "너무 썩었다고?"

이석채 '사정SHOW', "너무 썩었다고?"

지영호 기자
2009.04.29 04:24

[머니위크]저승사자 부른 이석채 사장..숨죽인 KT

KT(64,300원 ▲1,600 +2.55%)에 '저승사자'가 등장했다. 이석채 사장의 첫 외부영입 케이스인 정성복 윤리경영실장(부사장)이 주인공이다. 지난해 남중수 전 KT사장과 조영주 전 KTF사장이 납품 비리 혐의로 구속기소되면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은 KT에 투명경영의 막중한 책임을 지고 영입된 인사다.

“썩어도 너무 썩었다.” 정 실장은 KT가 내부비리에 심하게 곪아있음을 이 말 한마디로 표현했다.

정 실장은 곧바로 KT 정화작업에 돌입했다. 이례적으로 5명의 임원을 형사고발했다. 인터넷, 전화통신망 가설공사 수주를 봐준 대가로 협력업체에게서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의 뒷돈을 챙겼다는 혐의다. 해저 통신케이블의 설치상태를 점검하는 선박의 납품업체 선정 과정에서 수천만원대 금품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직원 1명도 추가 고발했다. 19명은 자체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윤리경영실장 임명 2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솜방망이 처벌에 익숙했던 사내에는 아연 긴장감이 감돈다. 향후 비리는 더 엄중하게 다스릴 방침이기 때문이다.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파면조치, 내부고발자에게는 최대 5000만원 보상금 지급이라는 초강수까지 나왔다.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날 경우 임직원과 협력사를 모두 퇴출하고 부서원의 비리는 부서장이 연대책임을 지는 방침도 추가됐다.

사정바람의 강도는 정 실장의 전력을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정 실장은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과 ‘옷 로비 사건’을 주도한 강골 검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대검찰청 감찰과장이었던 전력을 보건대 KT의 썩은 부위 도려내기에 적합하다는 것이 안팎의 중론이다.

‘클린 KT 프로젝트’는 ‘신뢰받는 기업 만들기’를 위한 이석채 회장의 첫 단추다. 그 중심에 정 실장이 있다.

◆협력사 윤리실천 방안도 내놔

KT는 4월13일 윤리경영의 일환으로 ‘정보통신공사 협력사 운영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100% 직영공사체제 도입과 협력사 평가방법 개선이 주요 내용이다.

KT는 협력사 평가에 있어서도 감리원의 의견과 같은 비계량적 요소를 배제하고 100% 계량평가를 시행하기로 했다. 또 협력사 선정주체는 과거의 지역본부 단위에서 본사의 관련 임원들이 참여하는 확대구매전략위원회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KT는 준공검사에 있어서도 검사자의 풀(Pool)을 대폭 확대해 로비 개연성을 차단하고, 경쟁 협력사가 검사에 참관하는 크로스 체크(Cross Check)제를 도입함으로써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소규모 분할 발주, 수의계약으로 발생되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소규모 공사는 통합 발주하고, 수의계약 기준도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특히 KT는 임직원과 협력사의 부적절한 관계 적발 시 파면조치하고, 협력사도 퇴출하는 등 한층 강도 높은 윤리지침을 적용할 방침이다.

정성복 실장은 “그동안 외부에서 KT의 윤리경영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누구를 만나도 KT가 깨끗해졌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을 목표로 신상필벌 원칙을 엄격히 적용해 윤리경영이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직원들은 여기저기서 볼멘소리

강도 높은 변화의 요구에 대해 내부에서는 윤리경영이라는 새 옷을 입는 것은 환영하면서도 ‘현장을 모르는 무지한 판단’이라는 불만의 소리도 새어나온다.

윤리경영을 이유로 직원의 권한이 대폭 축소됨에 따라 대다수의 부서에서 업무진행에 적잖은 로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돈에 대해서 견제와 감시가 심해지다 보니 정작 필요한 경비를 처리하는데 많은 시간이 들어 효율성이 뚝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KT 관계자는 “최근 들어 비용통제가 심하다 보니 정작 필요한 업무 집행이 느려지는 일이 발생한다”며 “매출이 보장되는 원가성 사업경비마저 비용 계획을 미리 확인받아야 지출할 수 있기 때문에 업무의 효율을 높이는데 제한이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온라인 콘텐츠 구입 시 선결제를 못해 경쟁사에 콘텐츠를 빼앗기거나 비용이 추가로 드는 식이다. 현재 KT는 ERP(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를 통해 직원 누구나 내부 예산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지만 본부장이나 부문장 등 부사장급까지 결재를 받아야만 예산을 지출할 수 있어 비효율적인 비용관리로 지적받고 있다.

지출 보고에 있어서도 깐깐해졌다. 본사 인원이 대폭 줄고 업무 부담이 커진데다 지출 보고서 작성에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정작 필요한 업무는 근무 외 시간을 이용해야 할 정도다.

하지만 외부에 드러내놓고 불만을 표출하는 직원은 없다. 사정의 칼바람이 매서울 때는 일단 숨죽이고 있는 게 상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투명경영 성공할지는 미지수

KT의 요란한 사정 바람에도 불구하고 실제 윤리경영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KT가 윤리경영을 외치지 않았던 때는 없다.

2005년도 ‘갑을문화 개선운동’이나 2008년 ‘내부 고발제’ 등은 지금의 ‘클린 KT 프로젝트’와 이름만 다를 뿐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신고자에게 최대 50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도 똑같다. 그러나 이 제도는 현재까지 단 한건도 적용된 적이 없을 정도로 유명무실했다.

지금의 윤리경영실 역시 이전의 감사실을 이름만 바꾼 것으로 의미를 절하하는 시각도 있다. 감사실을 운영하던 지난해 3월, KT는 한국윤리경영학회에서 지배구조와 경영투명성에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윤리경영를 실천했다는 이유로 2008년 기업윤리대상 대기업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KT가 25명의 임직원을 적발한 이후 더 이상 외부에 추가 적발사항을 알리지 않는 것도 ‘클린 KT’라는 추상같은 기치와 거리가 있어 보인다. KT 투명경영의 중심에 있는 정 실장은 KT의 정화작업이 개인에 집중돼 부담스럽다며 언론과의 접촉을 꺼리고 있는 상태다.

KT 홍보실 관계자는 “직원들의 사기 저하 우려가 있어 내부 비리를 더 이상 외부에 알리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석채 사장이 KT와 KTF를 전격 합병하면서 야심차게 내건 ‘클린 KT’ 프로젝트. 공기업 체질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는 통신공룡 KT의 대변신을 이끌어낼지, 아니면 정권교체기 때마다 반복되는 한바탕 '화려한 쇼'처럼 지나가는 바람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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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호 기자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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