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테스트 낙제자 '0', 자본확충 요구 규모도 예상하회
월가가 또 하나의 큰 고비를 넘었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당초 우려보다 나은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시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이에 따라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발표가 금융위기의 변환점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테스트 대상 19개 금융사 중 12개 금융사의 주가가 시간외 거래에서 상승했다는 점은 기대감을 안겨 주기 충분했다. 특히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등 자본 확충 필요 대상으로 지목된 금융사의 주가가 시간외에서 동반 급등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0개 대형 은행들에게 추가 손실에 대비, 746억달러의 추가 자본 확충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테스트 결과 낙제점을 받은 금융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자본 확충 요구 규모도 예상을 하회했다. 그동안 외신들은 자본 확충 규모가 1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는 그간 은행들의 민간 자금 조달을 어렵게 했던 불확실성을 걷어 민간 자금의 금융권 유입을 촉발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에릭 커비 노스스타투자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스트레스 테스트로 "(은행) 국유화나 도산 우려가 감소했다"며 "남은 문제는 개별 금융사들이 어떻게 자본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느냐"라고 강조했다.
스트레스 테스트가 보다 신뢰성을 갖기 위해선 테스트 기준이 지나치게 느슨했다는 일부 의견을 설복시켜야 한다.
FRB가 세운 '최악의 시나리오(adverse scenario)'는 △ 올해와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3%, +0.5%, △ 실업률을 올해 8.9%, 내년 10.3%로 가정하고 있다. FRB는 이 경우 19개 은행의 올해와 내년 추가 손실이 60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그러나 이 같은 비판적 견해에 대해 "대출 손실 산출에 대공황 때 이상의 엄격한 기준이 적용됐다"고 설명하며 우려를 불식시키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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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은 잇달아 예상을 상회하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예상보다 빨리 부실에서 탈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분기부터 실적이 다소 감소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낙관론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제 남아있는 가장 큰 문제는 요구된 자본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은행들은 신주발행, 민간 소유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 자산 매각 등 민간 차원의 자금 조달을 원하고 있다. 정부 보유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는 등 정부의 추가 구제금융 투입은 후순위다.
은행들은 이 가운데서 신주 발행을 통한 자본 확충을 가장 원하고 있다. 은행들이 신주 발행을 통한 자금 확충에 성공할 경우 금융 위기는 거의 끝났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에 비해 자산 매각은 다소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매물로 나오는 대부분이 핵심 사업부문이 아닌 부실 자산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은행들이 지난해 AIG와 같이 제대로 된 주인을 찾지 못해 자산 매각에 실패할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BoA의 경우, 콜롬비아자산운용과 퍼스트리퍼블릭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눈에 띄는 인수 대상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신주 발행과 자산 매각 모두에 실패하더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제너럴모터스(GM)의 자회사 GMAC를 제외하고 9개 은행의 자본 확충 요구 규모가 기존의 부실자산 구제프로그램(TARP) 지원 규모를 밑돌기 때문이다.
이들 9개 은행은 최악의 경우, 정부 보유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기만 해도 자본 확충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민관합동펀드(PPIP) 자금도 대기하고 있다.
물론 우려도 크다. 위기를 자초했던 미국 금융기업들이 하나도 낙제 없이 스트레스테스트를 모두 통과했다는 점에 대해 신뢰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발표를 계기로 금융위기가 최악을 벗어나 전환점을 돌았음은 분명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