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브랜드 합종연횡·몸집 줄이기..."경쟁력 강화 집중할 때"
독일 폭스바겐은 올 1분기에 143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하면서 파산위기에 몰린 제너럴모터스(GM·139만대)를 제치고 세계 2위로 떠올랐다. ‘50년흑자 신화’가 이미 깨져 버린 세계 1위 토요타(145대)와의 격차는 불과 2만대. 폭스바겐은 포르쉐와의 합병을 통해 덩치를 더욱 키울 기세다.
이처럼 미국 ‘빅3’ 몰락 이후 ‘토요타-폭스바겐’의 양강 구도로 재편되는 듯 했던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이번에는 피아트가 크라이슬러 지분과 GM유럽(오펠) 인수를 추진하면서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합종연횡’의 폭풍 속에서 향후 주도권을 잡기 위한 혈투를 벌이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미국 빅3의 몰락에서 보듯 영원한 강자도, 약자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저마다 살아남기 위해, 또는 더 강해지기 위한 전략마련에 골몰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브랜드들 합종연횡·몸집 줄이기 사력
미국 자동차산업의 상징 GM의 파산보호 신청이 기정사실화되는 가운데 최근의 세계 차 업계는 말 그대로 '시계제로'다. 이미 파산보호를 신청한 크라이슬러와 간신히 버티고 있는 포드를 포함 미국 ‘빅3’가 무너지고 폭스바겐과 피아트 등이 새 강자로 떠올랐다.
올 들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자동차 소비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의 자동차업체들도 급부상 중이다. 세계1위 토요타 등 일본 브랜드들도 비용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다.
피아트가 클라이슬러, 오펠 인수합병에 성공할 경우 연간 600만~700만대를 생산해 800억 유로(약1060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산술적으로만 따지면 2007년 기준 280만대 생산으로 세계 9위에서 단숨에 토요타에 이어 2위로 뛰어오를 수 있다.
중국 업체들의 브랜드 사냥 야심도 매섭다. 지리자동차가 사브(GM)와 볼보(포드), 사천기차는 허머(GM) 인수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 기관들은 중국을 제외한 모든 글로벌 시장에서 자동차 수요가 줄어 올해 판매대수가 6000만 대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위기 이전 7000만 대에 육박하던 수준으로 회복되는 데는 4~5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독자들의 PICK!
이에 따라 살아남기 위한 비용절감 노력도 강도 높게 추진되고 있다. 토요타는 올해 일본 내 생산과 설비투자를 각각 30%, 40% 줄이고 유럽에서도 2만5000대를 감산키로 했다.
폭스바겐 역시 슬로바키아와 러시아 등 주요 해외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비정규직 1만6500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르노-닛산도 루마니아 등에서 감산을 실시하고 올해 6000명을 줄인다.
용대인 한화증권 수석연구원은 “포드, 피아트, 르노-닛산 등도 결코 안전하다고 볼 수 없는 만큼 글로벌 시장개편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자동차 산업에서 인수합병이 성공적으로 끝난 사례가 사실 드물어 이 위기를 이겨내고 미래형 자동차 개발에서 누가 중심을 차지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기아차 내실 키우기에 총력 기울여야”
이 같은 글로벌 격변기를 맞아 국내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운 기업들이 현대·기아차의 주력인 중소형차 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중국차의 추격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일본 브랜드들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의 경우 미국 조지아와 러시아 공장이 가동되면 600만 대의 생산규모를 갖추게 돼 이제는 규모보다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대·기아차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도 최근 보고서에서 토요타가 세계 1위 달성을 목표로 급속한 확대전략을 추진하다 지금의 위기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토요타가 소형차 개발을 서두르고 있어 2~3년 후에는 공세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환율효과로 선전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지만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71% 급감해 2000년 이후 1분기 기준으로는 9년 만에 가장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지난해 역시 환율효과를 제외할 경우 2007년 매출액 대비 오히려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지수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각 국 생산 공장에서 현지의 특색 있는 요구를 맞춰 경쟁력 있는 중소형차를 만들어내야 한다”며 “지금은 단위 공장 당 생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생산유연성 확보와 효율적인 인력배치 등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