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열사의 땅에서 얻은 호평…최고의 퀄러티로 승부한다

지난 6월21일 오후 5시(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남쪽 40㎞ 지점에 위치한 메사이드(Mesaieed) 산업단지 내현대건설(159,900원 ▲17,800 +12.53%)의 큐원(Q-one) 현장.
공사가 한창이던 현장 곳곳에 오렌지색 깃발들이 나부끼면서 갑자기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다.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four seasons) 중 봄 제1악장 알레그로(Allegro)였다. 건설공사 현장에서의 클래식이라 매우 생소했다.
마치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주인공인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슨)이 기증받은 도서 속의 레코드 앨범에서 오페라 아리아 '피가로의 결혼'을 발견하고 교도소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흐르게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피가로의 결혼'이 전 교도소로 흐르는 순간 운동장에 있던 모든 죄수들은 걸음을 멈추고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그들은 아리아 선율에서 아름다운 새의 비상과 교도소 벽이 무너지는 듯한 자유로움을 느꼈다.
마찬가지로 열사(熱沙)의 땅 건설현장에서 울려퍼지는 클래식은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느낌을 줬다. 영문을 몰라 두리번거리는 사이, 현장 인부들이 순식간에 그늘로 사라졌다.
궁금증은 민병화 현장소장(상무)을 통해 해소할 수 있었다. 민 소장은 "온도에 따른 심리상태를 고려해 이른바 '히트 스트레스 컬러 코드 시스템'(Heat Stress color code(flag) system)이란 휴식 체계를 도입했다"며 "온도에 따라 노동과 휴식시간에 차이를 둔 이 시스템은 모두 4가지 종류로 구분해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섭씨 32~38도에서는 노란색 깃발을 사용한다. 이때는 40분 일하고 10분 휴식을 갖는다. 이어 39~49도에서는 오렌지색 깃발을 달아 매 30분마다 10분씩을 쉬도록 한다. 깃대 하나에 두 개의 오렌지색 깃발을 거는 '더블 오렌지'는 50~53도에 활용, 20분 근무에 10분간 휴식을 준다. 섭씨 54도가 넘어가면 '레드' 깃발이 올라온다. 이때는 모든 현장이 작업을 멈춘다.
한국건설업체들에 기회이자 약속의 땅인 중동은 상상을 초월하는 온도 때문에 일하기는 최악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한낮 온도는 45도 안팎이지만, 지열까지 포함하면 50도를 넘기 일쑤고 숨이 막힐 정도다. 사우나에서도 오래 견디기 어려운 온도가 중동에선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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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9만 달러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자랑하는 중동의 부호국 카타르에는 3개의 산업단지가 있다. 이 가운데 큐원 현장이 위치한 메사이드는 이 나라 수도인 도하의 남쪽에 자리하고 있다. 서쪽에는 두칸(Dukhan) 산업단지가 있다. 아쉽게도 두칸에는 아직까지 우리 건설기업이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나머지 한 곳이 규모가 가장 큰 라스라판(Ras Laffan)이다. 도하에서 북쪽으로 70㎞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라스라판은 현대건설을 비롯해 현대엔지니어링, 대우건설, GS건설, 현대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 국내 건설업체들이 가장 활발하게 진출해 있다.
이들 기업의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이미 100여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한국 건설기업들이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라스라판에서 세계적 석유에너지 기업인 쉘(Shell)이 발주한 '펄(Pearl) GTL(Gas-to-Liquid)-5'와 일명 '라포'(RAPO) 현장으로 불리는 '라스라판 C담수발전'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펄 GTL5' 현장은 최첨단 건설기술의 결정체로 불린다. GTL은 천연가스를 액화시켜 청정경유를 만들어내고 그 과정에서 샴푸나 비누 등의 원료로 최근들어 중국과 인도 등에서 사용량이 늘고 있는 계면활성제와 가스오일 등을 추출, 생산한다.
GTL 공정은 높은 기술력없인 시공이 불가능해 현대건설이 GTL5 현장을 수주하기 전까지만 해도 유럽과 일본 등의 선진국 일부 기업들 만이 공사를 독점해 왔다. 그만큼 현대건설의 프론티어 정신이 또한번 건설강국 코리아의 위상을 드높인 현장이다. 총 공사비는 13억 달러 규모로, 이 중 현대건설의 지분은 8억4552만 달러다.
이 현장 이원우 소장(상무)은 "최근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한 원유가격이 오를수록 정유공장보다는 GTL공장이 더 많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첨단 자재시공관리시스템(HPMAC)을 자체 개발해 적용하는 등 시공은 물론, 설계와 같은 핵심기술도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추가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라포' 현장 역시 현대건설에는 상당히 의미있는 사업장이다. 62년 현대건설 역사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공사에 이은 새로운 이정표라는 평가와 함께 지난해 단일 기업 최초로 해외 수주 600억 달러 돌파의 분수령이 된 라포는 사상 최대이자 국내 건설사가 수주한 단일 플랜트 역대 최대 규모다.
총 38억 달러의 사업비 중 현대건설 지분은 20억6791억 달러다. 2011년 4월 완공시 2728㎿ 규모의 전력과 63MIGD(1MIGD=4000t/d)의 담수 생산능력을 갖춘다. 이같은 전력과 담수 생산능력은 카타르 전체 인구(160만명)의 절반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최재찬 현장소장(상무)은 "라포 프로젝트는 시공사 리스크(위험)가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로 발전소 경험이 많은 현대건설만이 수행할 수 있는 공사"라며 "카타르뿐 아니라 중동 국가들도 큰 관심을 가진 사업인 만큼, 완벽한 기술력과 시공능력을 보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이들 프로젝트를 통해 공사기간 단축은 물론 수준높은 기술과 공사 수행 능력을 발휘하며 현지에서 호평받고 있다. 특히 '펄 GTL5'에선 최근 발주처가 평가·발표한 '퀄러티 어워드'(Quality Award)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현대건설 권오식 카타르 지사장은 "앞으로 미국의 시가총액 선두기업이자 세계적 석유화학회사 엑슨모빌이 발주 예정인 총 250억 달러 규모의 GTL 프로젝트는 물론 각종 플랜트 공사 수주전에서도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