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골드만삭스는 시장의 구세주?

[기자수첩]골드만삭스는 시장의 구세주?

조철희 기자
2009.07.15 17:12

뉴욕 증시가 골드만삭스의 실적 호전에 모처럼 상승 방향의 키를 움켜줬다. 모든 게 골드만삭스 덕분이라고 할 정도로 시장의 반응은 고무적이다.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하다.

주당 순익 4.93 달러, 매출 138억 달러. 월가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골드만삭스의 2분기 실적은 단연 '어닝 서프라이즈'감이다. 경계 심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위기에서 벗어났다는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

14일 증시가 큰 폭으로 오르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시장은 전날에 '선반영'된 것으로 받아들였다. 일각에선 골드만삭스의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과 경영능력을 칭송했다.

금융위기의 급류에 휘말린 것이 지난해 10월. 1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던 그 때로부터 겨우 9개월만에 놀랄만한 실적을 발표하자 골드만삭스뿐 아니라 금융시스템 전반이 위기에서 빠져나왔다는 환호성도 나오고 있다.

샴페인은 벌써 터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골드만삭스가 올해 직원들에게 최고 수준의 보수를 지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반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경우 직원 평균 급여가 우리 돈으로 약 9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특히 경영진의 경우 금융위기 이전 수준처럼 수천만 달러를 보너스로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시계를 그리 오래 되돌리지 않아도 월가의 보너스 관행이 금융위기를 초래한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은 금방 떠올릴 수 있다. 오죽하면 미 정치권에서도 이같은 보너스 잔치 소식을 전해 듣자 "상황이 옛날 같지 않음을 명심하라"고 꼬집을까.

단기간의 실적에 놀라 좋아하기보다 갑작스런 위기에 또다시 놀라고 싶지 않은 전문가들은 긴장을 놓지 않고 이번 현상을 바라보고 있다.

월가의 유명 애널리스트 메레디스 휘트니가 골드만삭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다만 그는 역설적이게도 골드만삭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조정했다. 덕분에 골드만삭스의 주가를 비롯해 금융주는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휘트니는 미 국공채 발행이 '쓰나미' 수준으로 이어져 골드만삭스가 이 과정에서 중개 등으로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투자의견을 끌어올린 것이라고 상향 이유를 밝혔다. 말을 바꾸면 미 경제의 부진에서 수익을 올리는 금융의 어두운 속성을 꼬집은 분석이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도 냉정한 한마디를 보탰다. S&P는 골드만삭스의 '어닝 서프라이즈'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그야말로 '깜짝'일 뿐인 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쯤 되면 시장의 반응은 무안해질 법하다. 앞으로 다가올 다른 대형은행들의 실적 발표에서도 시장이 또 이런 무안을 감수할는지, 자세히 지켜볼 일이다. 경기침체의 피로감에 가짜 예수를 구세주로 착각하는 건 아닌지, 심각히 고민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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