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실적 모멘텀의 둔화…보수적 투자 목소리 커져
오랜만에 보는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 매수 행진을 벌이던 외국인은 나흘 연속 순매도를 기록 중이다. 외국인들의 나흘 연속 순매도는 지난 6월 중순 이후 석달 반 만이다. 또 9월 들어 CJ제일제당(+23.1%), 한국가스공사(+19.0%), 한국전력(+12.9%) 등 대표적인 경기 방어주들이 시장수익률(6.2%)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방어주의 강세 또한 오랜만이다.
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요인들이다. 실제로는 시장 불안의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시장의 불안은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을까. 너무 올랐기 때문에 쉬어갈 때도 됐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증시 주변 환경은 이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분석들이 많다.
그동안 증시를 이끌어 왔던 재료는 경기와 실적이었지만 최근 경기와 실적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시장기대치를 밑도는 경기지표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5일 8월 기존주택 매매가 예상 밖으로 감소했고 26일에는 8월 내구재 주문이 예상을 깨고 줄어들었다. 그리고 29일에는 9월 소비자 신뢰지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물론 예상을 상회하는 지표들도 나오고 있지만 지난달 경기지표의 서프라이즈가 이어지던 것에 비하면 상황이 달라졌다. 핵심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소비와 주택 관련 지표들의 부진이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특히 미국의 일시적인 지원책이 종료된 이후 나오고 있는 경기지표들이 이렇게 부진하다는 점에서 10월에 발표될 각종 지표들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이는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 25일 발표된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전달과 동일했다. 여전히 기준치(100)를 크게 상회하고 있지만 계속 오르던 상승세는 일단 멈췄다. 오늘(30일) 발표되는 경기선행지수의 상승률은 이미 둔화되기 시작한 상태다. 과거 경험상 경기선행지수는 거의 예외없이 증시 고점을 예고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경기선행지수의 고점이 4분기 중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적도 마찬가지다. 3분기 기업들의 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시장이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때처럼 환호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당시에는 실적 발표에 앞서 주가가 두 달간 횡보 국면을 거쳤지만 이번에는 이미 주가가 크게 상승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치에 부합해 준다면 본전이고 4분기, 내년 1분기의 기업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지 못한다면 실망감만 불러 일으킬 수 있다.
특히 한국 시장의 12개월 선행 EPS 증가율은 최근 36.14%로 전월대비 0.3%p 하락했다. 여전히 증가 추세에 있지만 증가율의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시장의 이익모멘텀이 앞으로 둔화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또 최근 지수가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12개월 전망 PER은 변함이 없는 상황이다. 지수 하락에도 PER이 유지된다는 것은 그만큼 이익전망치 상향 조정이 둔화됐음을 의미한다. 물론 실적의 절대 수준 자체가 사상 최대치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모멘텀의 둔화는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욕구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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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말 월초에 대응하는 자세= 3분기가 오늘로 끝난다. 전통적으로 분기말은 기관투자자들이 수익률 관리를 위해 인위적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윈도드레싱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하지만 최근 기관들은 연일 환매 압력에 시달리고 있어 적극적인 매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외국인이나 프로그램의 매수 유입을 기대할 수 있지만 제한적인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추석 연휴를 앞두고 쉬어갈려는 투자자들의 심리도 적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추석 연휴로 인한 휴장은 하루 뿐이지만 이 기간 미국에서 발표되는 고용지표들이 좋지 못할 경우 이에 대응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 부담이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대비 주가반영도가 작은 종목군, 최근 낙폭과대에 따라 가격메리트가 높아진 종목군 중심의 접근이 어닝시즌에는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며 "특히 연휴를 전후로 혹시 나타날지 모를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관심을 가져볼 만 한다"고 밝혔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황분석팀장은 "투자의 성향이 수익률 획득을 겨냥한 공격적 투자(성장주/ 수출주)보다는 수익률 관리에 치중하는 보수적 투자(가치주/ 내수주)를 선호하는 경향으로 바뀌어가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며 보수적인 관점이 필요한 시기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