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가을은 산에서, 들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있어 더 좋은 계절이다. 가을에 산들바람이 부는 것은 아마도 봄, 여름에 힘겹게 키운 곡식을 수확하느라 힘든 농부들의 땀방울을 식혀주기 위해 부는가보다.
시인들의 표현대로 봄은 잔인했고, 여름은 무릇 위대했다면 그 뒤 변함없이 찾아오는 가을은 누가 뭐라 해도 수확과 결실의 계절이다. 대지는 봄에 잉태하고, 여름에 성숙하여, 가을에 탄생 시킨다.
농부는 가을들녘에서 벼를 베고, 고3 수험생과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이제 29일 남은 대입 수능시험에서 보다 나은 성적을 내기 위해 더욱 분투할 것이다. 기업들은 연말을 앞두고 얼마 남지 않은 마지막 분기에 더 좋은 실적을 만들어 내고, 더 많이 수출하기 위해 밤으로, 낮으로 뛸 뿐이다.
등산을 취미로 하는 이들은 단풍과 정상에서 밑으로 펼쳐지는 고즈넉한 가을 풍경을 찾아 가을 산을 찾아 발길을 재촉할 것이다.
어디 인간뿐이랴. 짐승들도 곧 다가오는 겨울을 나기 위해 이 나무, 저 나무, 이 계곡과 저 계곡을 오가며 살찌우느라 부지런을 떨 것이고, 수확을 마친 나무들은 내년의 결실 약속하며 나뭇잎을 훌훌 벗어 버릴 터이다.
고요하지만 수확과 결실을 위한 그 안의 치열함과 질서는 자연 순환의 한 마디이고, 자연과 생태계, 먹이사슬을 새롭게 하는 그 한 마디, 한 마디의 자연 순환에 숙연함이 절로 든다.
꽃은 흔들리며 핀다. 꽃나무가 봄바람에 흔들려야 제대로 꽃망울을 터뜨릴 수 있고, 바람을 빌어 꽃향기를 벌과 나무에게 전할 수 있다. 꽃나무는 가을에도 바람에 흔들리며 나뭇잎을 털어낸다.
그래야 겨울 추위를 견대내고, 내년 봄에 꽃을 피울 수 있다. 꽃나무는 바람에 흔들리며 꽃을 피우고, 내년을 기약하는 것이다. 꽃나무에게 바람은 어려움도, 비관할 장애물도 아니다. 오히려 즐기며 감사할 존재다.
비관론자로서 살기에는, 용기없이 살기에는, 태만하게 살기에는 인생은 길고, 재미있는 것들로 가득하다. 어려움에 한숨짓고, 장애물에 좌절하고, 조그만 바람에 흔들리는 비관과 태만으로는 긴 인생을 재미있게 살 도리가 없다. 그에게는 잉태도, 성숙도, 수확도, 결실도 모두 어려움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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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실과 수확도 바람 속에서 피는 꽃이 아닐까 싶다. 의학의 발달로 100년을 살아야 하는 지금 어려움과 장애, 역경이 없이 가요 가사대로 너무 편하고, 쉽기만 하면 무슨 재미로 그 긴 인생을 살겠는가.
다음이 중요하다. 한 기업이 방금 전에 한 훌륭한 선택과 판단은 이미 지나간 일이다. 필연적으로 그 다음에 또 해야 하는 선택과 판단이 방금 전에 내린 훌륭한 선택과 판단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다.
거대한 대지에 뿌리를 깊이 박고 우뚝 서있는 나무들이 수십년, 수백년을 한결같이 가을이면 나뭇잎을 털어내고 스스로 추운 모습을 하는 것은 내년 봄, 즉 다음이 중요하다는 지혜를 우리에게 이 가을에 다시 말해주고 있다. 어려움에 무릎 꿇고 있기 에는 다음이 너무 기다려지는 것이다.
장벽(障壁)이 있는 이유는 단 하나라고 한다. 절실하게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걸러내려고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는 뒤집어 생각해보면 장벽과 어려움은 우리가 무엇을 얼마나 갈구하고 원하는지를 비로소 깨닫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인 것이다.
수확의 계절, 열심히 노력했으나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수험생이나, 뭔가 일이 잘 안 풀리지 않는 기업, 열심히 노력하지 않았음을 뒤늦게 후회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번 가을엔 마음속에 장벽을 그려놓고 그동안 얼마나 갈구하고 원하였는지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기회를 가져보라.
곧 올 추운 겨울과 한 해를 매듭짓는 연말을 앞두고 이러한 성철과 사색을 할 기회를 갖도록 해주는 가을은 확실히 결실과 수확의 계절이다. 성찰과 사색은 이 가을을 재미있게 보내며, 즐기는 방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