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갑 두산그룹 네오플럭스 사장
- "매출액 3000억대 중견기업 컨설팅 확대"
- "4년내 매출액 2배로 늘리겠다"

"공직자 출신도 순수 민간기업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이를 위해 네오플럭스의 독자적인 브랜드 가치를 만들고, 앞으로 4년내 매출액을 지금의 2배로 키워볼 생각이다"
관료 출신으로서 이종갑 네오플럭스 사장 만큼 경력이 다양한 이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내에는 청와대부터 국무총리실, 경제기획원, 재정경제원, 조달청, 교육인적자원부까지 거쳤고 민간 분야로 나와서는 법무법인 태평양과 삼화왕관을 거쳐 지금은 네오플럭스 사장을 맡고 있다.
특히 2002년 이후에는 거의 매년 명함에서 직장명을 바꿔야 했다. 스스로 "역마살이 낀 것 같다"고 할 정도다. "내가 조직내에서 더 이상 부가가치를 만들 수 없다고 느끼면 주저하지 않고 옮겼다"고 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재정경제부 국장으로 있으면서 관직을 박차고 나간 이유에 대해 이 사장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이 사장이 새로운 도전을 위한 둥지로 선택한 네오플럭스는 두산그룹의 투자 및 컨설팅 전문 계열사다. 현재 사모투자펀드(PEF)를 포함해 총 7000억원 이상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고, 컨설팅 분야에서는 생산현장에서의 성과개선 및 원가절감 컨설팅에 주력하고 있다.
이 사장은 "앞으로 매출액이 3000억∼4000억원 수준에서 수년간 답보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컨설팅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중국 벤처투자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투자사와의 제휴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네오플럭스가 두산그룹의 M&A에서 담당하는 분야는?
▶ 두산그룹이 미국 밥캣이나 영국 밥콕과 같은 외국 기업들을 인수하면 네오플럭스에서 요원들이 파견된다. 그곳에서 직원들을 한국의 문화, 두산의 경영방식에 접목시키는 작업을 한다. 그 과정에서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한다. 이런 경험이 쌓여서 성과개선 및 원가절감 컨설팅 분야에서는 국내 최고 수준으로 올라선 것이다.
- 컨설팅 사업은 인재가 중요하데, 인재 관리를 위한 비법이 있다면?
▶ 직원들의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한다. 두산그룹에는 '피플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있다. 최고경영자(CEO)가 직원들의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얼마나 기여했는지 매년 평가한다. 어떤 직원이 어학 능력이나 재무 능력이 부족하다면 학원을 보내든, 학교를 보내든 이를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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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의 문화도 외부에서 온 사람들에게 어떤 그룹보다도 개방적이다. 음식료 사업을 주로 하던 두산그룹이 약 10년 만에 중공업 전문 그룹으로 탈바꿈했다. 외부인력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현재 두산그룹 계열사 사장 가운데 기존 두산그룹 출신은 3명도 안 된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른 회사로 옮기려는 직원들은 잡지 않는다. 원래 컨설팅 업계는 이직이 잦다.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오히려 이직을 생각하는 직원들이 회사에 있을 때에는 누구보다 더 열심히 일한다. 아예 눈빛부터가 다르다. 그런 직원들이 짧게는 2∼3년, 길게는 7년 이상 회사에 있으면서 더 큰 도움을 준다. 다른 컨설팅 업체로 옮긴 다음에도 우리 회사의 우군이 돼 업체 간 협력의 고리가 될 수도 있다.
- 향후 네오플럭스의 비전은?
▶ "네오플럭스가 이런 분야는 참 잘하더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 독자적인 브랜드 가치를 만드는 것이다. 맥킨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들이 많지만 이들은 전략 컨설팅 전문업체다. 네오플럭스는 성과개선 및 원가절감에 특화돼 있다. 이 부분에서는 경쟁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또 그룹의 주력분야인 기계, 인프라 산업에도 전문성이 있다.
지금은 두산그룹 관련 컨설팅 프로젝트가 많지만, 앞으로는 외부 프로젝트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려고 한다. 특히 매출액이 연 3000억∼4000억원 수준에서 수년간 답보하고 있는 중견기업들이 주요 고객이 될 수 있다. 창원, 울산, 포항 등의 지역에 가면 이런 대기업 협력업체들이 많다. 이런 기업들이 컨설팅을 받으면 대기업의 시스템을 도입해 경영시스템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오너가 아무리 열정적이더라도 매출액이 3000억원을 넘어가면 경영 전반을 혼자서 다 관리할 수는 없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제품을 더 효율적으로 생산할 것인지, 어떻게 자금을 잘 관리하고 환율 변동에 잘 대응할 것인지 등에 대해 컨설팅할 수 있다.
- 해외 진출 계획은?
▶ 투자 부문과 컨설팅 부문 모두 해외 진출 계획을 갖고 있다. 이미 중국 베이징에서 지사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중국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주된 관심사다. 중국 벤처투자사와 제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외 펀드들한테 네오플럭스를 알리는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컨설팅 부문에서는 두산그룹의 외국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을 살려 국내 기업의 해외 현지공장에 대해 컨설팅을 제공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 공직자에서 민간기업 사장으로 변신한 이유는 무엇인가?
▶ 항상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공직에 있을 때에도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을 많이 했다. 1995∼1996년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에 있을 때 예금보험공사, 선물거래소, 한국자금중개를 직접 만드는 작업을 했다.
하지만 공직에서는 각종 감사를 비롯해 여러가지 제한이 많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그런 한계를 절감하고 민간행을 선택한 것이다. 민간조직에서는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다. 자유롭게 뜻을 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사결정이 비교적 빠르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 직장을 여러번 옮기면서도 성공적으로 살아왔다. 비결이 있다면?
▶ 역마살이 낀 것 같다. 남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많은 기관들을 옮겨다니며 근무했다. 내가 조직내에서 더 이상 부가가치를 만들 수 없다고 느끼면 주저하지 않고 옮겼다. 여러 부처에서 근무하며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고 다양한 경험을 했던 것이 민간기업으로 옮긴 후에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으로 사고하자’는 생활 신조의 영향도 컸다. 인생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항상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인 측면이 함께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사고하면 해답을 찾아낼 수 있다. 매사에 호기심을 가졌던 것도 인생에 큰 힘이 됐다. 심지어 “목련은 왜 꽃부터 피울까?"처럼 당연해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궁금증을 가졌다. 직원들과 회의를 할 때도 모든 것에 대해 의문을 품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다 보면 미처 몰랐던 문제점들을 파악할 수 있다.
- 민간행을 꿈꾸는 공직자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 기왕 민간으로 가고 싶다면 고참 과장급, 또는 초임 국장 때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 민간으로 옮기기에 너무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가장 좋은 시점이다. 가급적 젊을 때 나오는 게 좋은데, 내 경우에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 항상 유연하고 적극적인 사고를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민간에서 큰 도움이 된다. 공직에 있을 때 상사나 동료들과 인간관계를 잘 맺어두는 것도 중요하다.
- 재정경제원 과장 시절 유머집을 냈다고 들었다.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요?
▶ 외환위기 직전인 1996∼1997년은 공직생활 가운데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 당시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에서 종금사 부문을 맡고 있었다. 한보그룹이 쓰러지고 종금사는 매일같이 자금이 모자라는 상황이었다. 한밤 중에 은행 간부에게 전화해서 종금사에 돈 좀 빌려달라고 사정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휴가는 상상도 못 했고, 주말에도 늘 사무실에 나와 거의 24시간 근무하던 때였다.
주변 모두에게 우울한 시절이었다. 그 때 잠시나마 동료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틈틈이 유머들을 모아 유머집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약 6개월에 걸쳐 수집해 편집한 것이 그 유머집이다. 한반도 동쪽에 있는 가상의 섬 이야기다. 우울했던 시절 동료들에게 잠시마나 청량제를 제공했다는 데에서 보람을 느낀다.
- 개인적인 꿈이 있다면?
▶ 공직자 출신도 순수 민간기업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현재 맡고 있는 네오플럭스의 매출액을 앞으로 4년내에는 지금의 2배로 키워볼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결혼한 딸(미국 유학 중)과 부인(서울대 사범대 교수) 등 가족 모두 건강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