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자 구 부회장 국산장비 구매-권 사장은 경쟁사 협력업체 장비도 구매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전 LG필립스LCD 부회장)과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 등 LG디스플레이 최고경영자(CEO)들의 대를 이은 국산 장비 경쟁력 강화 노력이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전임자인 구 부회장(위 사진)이 적극적인 구매를 통해 국산 장비업체에 시장 진입 기회를 줬다면 권 사장(아래 사진)은 경쟁사 협력사 장비를 적극 구매하는 등 경쟁력 있는 장비업체들이 규모를 키워 세계적인 업체로 성장할 수 있는 터전을 닦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LG디스플레이(11,910원 0%)는 진행중인 파주 8세대 라인 증설과 관련해 삼성전자의 주요 협력사인 참앤씨로부터 장비를 구매하는데 이어 다른 핵심 삼성 협력사인 세메스로부터도 장비를 납품받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세메스는 국내 최대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 기업이자 삼성전자가 63.87% 지분을 보유한 삼성 자회사다. LG디스플레이가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자회사로부터 장비를 구매하기로 한 셈이다.
이달 하순 본 계약을 맺을 것으로 예상되는 참앤씨와의 계약도 규모가 단일 계약으로 200억 원대에 달해, 이전까지 간간히 있어오던 경쟁사 협력사로부터의 장비 구매들에 비해 규모가 훨씬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일 거래로 200억 원대의 장비거래를 한다는 것은 주요 협력사 수준의 거래로 볼 수 있다"며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세메스가 LG디스플레와 거래를 시작하는 것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가 이처럼 삼성전자 협력사로부터 적극적으로 장비를 구매하고 있는 데는 '진정한 디스플레이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장비 재료 교차 구매를 통한 업계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권 사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장비 교차구매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자신들의 협력사들에게서만 장비를 구매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상대방 협력사와도 거래함으로써 경쟁력 있는 장비기업들에게 보다 많은 수주 기회를 주는 것을 말한다.

한국 LCD 산업은 완제품격인 패널 부문에서 세계시장에서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지만 장비 재료 분야는 아직도 해외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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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사장은 "LG디스플레이가 해외에서 사고 있는 장비 재료가 삼성전자 협력사가 만들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살 것"이라며 여러차례 교차 구매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권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장비 교차 구매와 관련, "조그만 장비지만 일부 업체로부터 장비를 사기로 결정했다"며 "이제 시작이지만 수직 계열화를 타파하면서 교차 구매가 이뤄지면 장비업체들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 사장이 경쟁력이 있는 장비업체들이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교차 구매에 역점을 두고 있다면 전임자인 구 부회장은 재임 시절 '국산 장비 채용'을 강조해 국내 장비업체들이 설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치 의존 사업인 LCD가 검증된 외국 특정업체의 장비만 살 경우 단기적으로는 유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들에게 휘둘리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취지였다. 주성엔지니어링, 탑엔지니어링 등이 구 부회장의 장비 국산화 의지와 함께 성장한 기업들이다.
김원남 탑엔지니어링 사장은 "당시 반대도 있었던 것으로 알지만 구 부회장이 '매국노..'라는 단어까지 써가면서 (장비 국산화를) 밀어부쳤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국산 장비업체들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업계의 상생 분위가 만들어지고 있어서 앞으로 교차 구매 더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파주 8세대 라인 증설 장비 발주를 진행중이고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나란히 중국 공장 건설 계획을 밝히는 등 장비 발주도 잇따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