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판매사 이동제, 경쟁이 시작됐다

펀드판매사 이동제, 경쟁이 시작됐다

한희연 기자
2010.01.20 07:11

[Market Watch]증권사, 판매펀드 추가·자산관리서비스 강화 등 노력

더벨|이 기사는 01월18일(07:06)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펀드 판매사 이동제가 금융권과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증권사간 고객 빼앗기 경쟁의 수위는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증권사 등에 속한 PB들의 몸값 차별화도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증권사와 운용사 등 금융회사들은 막바지 준비에 부산하다. 일부 증권사들은 벌써 본격적인 마케팅에 착수했다. 운용사 측도 이번 기회에 펀드 고객을 늘리고자 판매채널을 늘리려 하고 있다.

◇ 오는 25일 펀드 판매회사 이동제 시행

지난해 6월 금융감독원은 펀드 판매수수료 차등화와 판매회사 이동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판매회사 이동 제도란 투자자가 환매수수료나 판매수수료 등 비용 부담없이 펀드 판매회사를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는 제도다.

그동안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 세부 도입방안 등을 논의하고 전산시스템을 정비해왔다. 펀드 판매사 이동제는 오는 25일부터 시행하게 됐다.

투자자들은 앞으로 거래하고 싶은 금융회사에 가서 타 금융회사에서 거래해왔던 펀드 이전 신청만 하면 판매사를 바꿀 수 있다. 다만 사모펀드나 머니마켓펀드(MMF), 엄브렐러 펀드, 일부 세제혜택 펀드 등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실질 이동대상은 고수익고위험 상품에 속하며 펀드 보수도 상대적으로 높은 주식형 펀드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증권사, 라인업 확대·서비스 강화...운용사 "펀드 최대한 노출시켜라"

판매사 이동제에 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이는 곳은 증권사다. 증권사들은 수수료를 내리고 자산관리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등 제도대응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11월말 기준 증권사의 펀드 판매비중은 53.9%. 2008년말 40%대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반면 은행의 판매비중은 2008년부터 감소해 지난해 11월말 기준 37.3%를 보이고 있다. 다만 적립식투자펀드의 경우 전체 규모인 71조1000억원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규모는 52조5000억원으로 은행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이번 기회에 시장 점유율을 더 높인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판매사 이동을 대비해 판매펀드 수를 늘리는 등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삼성증권의 경우 지난해 12월 초 펀드 라인업을 대거 확대했다. 업종 대표펀드를 중심으로 신규 라인업 10개, 온라인 펀드의 오프라인 판매허용 8개, 신규 판매는 안되더라도 이동은 가능한 펀드 106개 등 총 124개 펀드를 새로 라인업에 추가한 상태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에도 지난해 12월 현재 판매 펀드가 1월에 비해 128개 증가했다. 한투증권이 판매하는 펀드는 오프라인 482개, 온라인 118개다. 하나대투증권도 판매가능 펀드수를 지난해 7월 507개에서 12월에는 523개로 늘렸다.

취급 펀드 수를 늘리는 것 외에도 자산관리 서비스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말 자산관리센터(WM센터)를 신설, 고액 자산가 대상영업을 강화했다. 현대증권은 투자컨설팅센터를 출범, 심층 보고서 발간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은행의 경우에도 전망보고서 이메일·문자 서비스 확대 등 판매사 이동제에 대비해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의 공격적 마케팅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판매할 상품을 만들어내는 자산운용사도 움직이고 있다. 사실 이번 제도는 판매사끼리의 경쟁이 이슈로 부각되고 있지만 이 가운데서 자사 펀드를 많이 노출시키는 것 또한 운용사에겐 유리한 마케팅 수단이기 때문이다.

판매사들이 투자자에게 어필하려 서로 경쟁한다면 운용사들은 판매사와의 관계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각 운용사들은 판매사의 신규 라인업에 최대한 많은 자사 펀드가 편입되게끔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 투자자 중심 시장 만들기 목적...PB 몸값 차별화도 확대될 것

판매사 이동제의 궁극적 목적은 투자자 만족도 제고다. 판매회사간 자율경쟁을 통해 펀드 판매와 사후관리 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는 것. 결국 펀드 판매시장이 공급자 중심에서 투자자 중심으로 전환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이동제가 실시되면 판매사도 그렇고 자산운용사도 그렇고 모두 긴장하게 된다"며 "좋은 상품, 좋은 판매 통로라는 조건 중 어느 하나라도 삐끗하면 고객을 뺏기기 쉽기 때문에 서비스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삼철 금융감독원 자산운용총괄팀장은 "제도가 시행되면 판매사 간 경쟁으로 투자자들은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위기 후 쌓였던 투자자의 불신을 해소하고 신뢰회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의 선택의 폭은 넓어졌지만 판매사간 과열경쟁에 따라 판단은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휘곤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제도 도입으로 선택과 기회의 폭이 넓어진 만큼 투자자가 판단해야 할 사항도 더 많아졌다"면서 "판매사를 신중히 선택하고 거래 금융회사를 한곳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판매사 이동제는 투자자 권익 확대 외에도 PB(자산관리사)인력 몸값 차별화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고액 자산가 집단을 관리하던 PB가 타회사로 이직하게 될 경우, 펀드 판매사 이동제로 인해 쉽게 기존 고객을 데리고 갈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관리하는 고객의 질과 양에 따라 PB의 몸값도 천지 차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전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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