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긴축 시사 이어 美 은행규제안… "변곡점 와 있다"
전날 중국의 긴축정책 시사에 이어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은행 규제안이 발표되면서 22일 주식시장은 2%에 가까운 조정을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18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31.47포인트 내린 1690.54를 기록 중이다. 그동안 몇 차례 고비를 겪으면서 올라섰던 1700선에 대한 지지력이 이날 고비를 맞고 있는 모습이다.
하락을 주도하는 주체는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 1383억원을 순매도하고 있고, 선물시장에는 무려 1만3000계약 순매도하면서 증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최근 중국의 잇따른 긴축 시사 발언과 전날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은행 규제안 발표 등으로 세계 증시를 이끌었던 기조에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으며 경기부양에 나섰고, 금리 인하 등의 조치로 풍부한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면서 글로벌 증시가 상승했던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 한 해 동안 국내 증시에 무려 32조원이나 순매수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국내 기업들의 실적 호전과 저평가라는 메리트도 있었지만,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에 기반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세계 증시 기조적 변화의 시초로 봐야 할까?
주식시장이 이날 하루 2%가량 조정 받은 것을 두고 아직 섣불리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많이 오른 것에 비하면 이날 조정을 두고 아직 추세를 운운하기에는 섣부른 감이 있기 때문이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은 "전세계 경기가 아직 회복기조가 완연한 것이 아니어서 강력한 출구전략을 쓰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전 세계가 동시다발적으로 출구전략이 실행될 가능성은 낮고 각국의 나라 사정마다 강도와 시기가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상황에서 중국과 미국의 경우만 놓고 유동성 축제가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그는 지적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어떤 계기가 있을 때마다 국내 시장에 빠져나가는 움직임이 나타나기는 하겠지만, 상반기까지는 그래도 매수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미국이 1~2% 하락했고 일본 닛케이지수가 2.7% 하락하는 등 글로벌 증시 전반이 동요하는 분위기여서 우려감을 완전히 떨쳐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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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올해 국내 증시의 유동성 공급 주체는 단연 외국인인데 작년 32조원 사들인 외국인이 올해 그 정도 규모를 유지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오늘처럼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가 이어질 경우 수급 악화와 투자심리 약화로 당분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새해 들어 외국인이 지난해 12월만큼 적극적이지 않다"며 "올해 국내 증시의 외국인 순매수 기조는 기정사실로 보고 있지만 최근 중국 긴축 우려 등 외부 여건 탓에 그 규모가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실적이 양호하지만 어닝시즌 효과도 이번 주가 지나면 마무리돼 상승 모멘텀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변곡점 증시, 박스권 회귀냐 추세이탈이냐
증시전문가들은 지수가 변곡점에 와 있다는 점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추세 이탈로 보기는 아직까지 어렵다는 신중론이 많다. 다만 글로벌 증시 전반의 투자심리가 악화될 가능성은 열어두는 분위기다.
정의석 신한금융투자 투자분석부 상무는 "오늘 급락으로 기조가 바뀌었다고 보기에는 성급한 감이 있지만 그 가능성이 나타났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며 "특히 중국 본토 보다 외국인 비중이 큰 홍콩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먼저 이탈하면서 홍콩 지수가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홍콩 지수 동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상무는 이어 "기업 실적은 1분기까지 좋아질 것으로 보지만, 어닝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유동성 위축이나 출구전략 실시에 대해 더 민감한 상황"이라며 "이러한 불안감이 조기에 진정될 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증시 불안 속에서 그나마 최종적으로 가져가야할 종목은 IT 등 주도주"라고 덧붙였다.
시장전문가들은 긴축 우려감이나 출구전략 시행 가능성보다 더 큰 악재는 오히려 미국 경제가 주택지표 부진 등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투자전략가는 "미국의 주택지표 등을 보면 아직까지 경기회복세가 뚜렷하다고 보기엔 어려운 점들이 많다"며 "출구전략과 같은 이슈보다는 실질적으로 경기회복이 더디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큰 악재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만큼 돈을 풀고 경기부양을 했는데 경기 회복이 늦고 긴축할 만한 아무런 동기도 없다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악재라는 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제대로 경기부양을 했다면 지금쯤이면 긴축 및 출구전략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 정상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