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 마니아'인 A씨는 얼마전까지 금융위기 이후 헐값이 된 '씨티그룹'에 투자해 400%가 넘는 이익을 봤다며 즐거워했다.
그런데 며칠 전 통화에서는 "세금을 어떻게 내야할 지 모르겠다"며 목소리에 수심이 가득찼다. 2006년부터 해외주식 투자를 해 온 그는 매년 소득세를 납부하는 '성실 납세자'였다.
5월 말까지 해외주식 이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내야하는 데 방법이 없단다. '탈세'가 아닌 '납세'를 하려는 데 방법이 없다니.
올해부터 양도소득세 신고횟수가 연 1회에서 분기별(연 4회)로 늘었다. 동시에 지난해 해외주식 매매건수도 급격히 늘어 투자 차익이 얼마인지 따져봐야 하는 자료만 300페이지로 불어났다.
그는 잘 아는 세무사에게 부탁했다. 수백건의 매매 차익을 일일이 따져 계산해봐야 품삯도 안 나오겠다며 "그냥 가져가라"고 했단다.
A씨 뿐만이 아니었다. 모 증권사 직원이 들려준 얘기는 더 가관이었다. 어렵게 세금을 계산해 관할 세무서를 찾은 한 투자자는 세금을 못 내고 돌아왔다고 했다. 세무서 직원이 이렇게 말했단다. "이게 뭐예요?"
지난 해 말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의도로 양도소득세법을 개정했다. 부동산이야 분기마다 거래건수가 손에 꼽힐 정도니 신고횟수 늘어난 게 큰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건 매매가 이뤄지는 주식, 그것도 수수료가 만만치 않은 해외주식은 사정이 다르다.(머니투데이 4월 9일 기사 참조)
이게 전부가 아니다. 세법이 개정되면서 소득세 예정신고시 납세금의 10%가 감면됐던 것도 사라졌다. 이젠 분기 말부터 2개월 안에 소득세를 자진신고 납부하지 않으면 20% 가산세까지 붙는다.
부동산은 여전히 예정신고시 5%의 세액이 감면된다. 가산세 부과분도 납세분의 10%에 불과하다. 이 정도면 누가 봐도 해외주식과 형평성이 크게 어긋난다. 해외주식 투자자들은 세금을 내건 말건, 조세사범이 되건 말건, 정부는 관심이 없는걸까.
지난해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는 지난해 97억5000만달러로 급증했다. 이들이 수익을 올려 세금을 내면 그 돈이 차곡차곡 나라 곳간에 쌓인다. 정부가 세수를 확보하고자 한다면 세금을 낼 수 있는 길은 터주고 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