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증권 '현역' 2인, 이 男女의 생존법

60대 증권 '현역' 2인, 이 男女의 생존법

신희은 기자
2010.06.07 07:40

[인터뷰]메리츠 김종인 영업이사(63), 한국투자 강성희 부장(65)

"살아남는 비결은 고객의 자산을 불려주며 신뢰를 쌓아가는 것 뿐"

생명력 짧은 증권가, 그것도 영업 일선에서 20~30년을 버티긴 쉽지 않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현장에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며 증권가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은 메리츠종금증권 김종인 영업이사(63)와 한국투자증권 강성희 부장(65)을 만나 '롱 런'의 비결을 들어봤다.

이들은 10년 이상 장기고객들의 자산 200~300억원을 운용하며 치열하게 살고 있다. 매일 아침 각종 신문과 잡지, 주식 관련 책을 빠짐없이 훑어보는 것은 기본. 수 십 년간 거래한 고객은 한 마디만 듣고도 의중을 간파해낸다.

↑ 김종인 메리츠종금증권 영업이사(왼쪽·63)는 1977년 동서증권에 입사해 메리츠종금증권 돈암동, 청담동, 소공동 지점장을 지냈고 영업부장, 법인영업 이사, 지점영업담당 상무를 거쳐 현재까지 33년째 활동 중이다. 강성희 한국투자증권 부장(오른쪽·65)은 KBS 아나운서로 활동하다 1991년 동원증권 본점영업부에 입사, 투자상담사로 활동하며 내년 영업부 근무 20년을 맞는다.
↑ 김종인 메리츠종금증권 영업이사(왼쪽·63)는 1977년 동서증권에 입사해 메리츠종금증권 돈암동, 청담동, 소공동 지점장을 지냈고 영업부장, 법인영업 이사, 지점영업담당 상무를 거쳐 현재까지 33년째 활동 중이다. 강성희 한국투자증권 부장(오른쪽·65)은 KBS 아나운서로 활동하다 1991년 동원증권 본점영업부에 입사, 투자상담사로 활동하며 내년 영업부 근무 20년을 맞는다.

◇수익률엔 '성실'이 왕도

김이사는 1977년 증권업계에 발을 내딛은 이래 33년간 몸으로 노하우를 쌓아 왔다.

입사 당시 제대로 된 컴퓨터도, 분석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았다. 김 이사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모눈종이에 일일이 일봉을 그리고 이어 붙여 차트를 만들었다.

수첩에 지수와 종목 주가를 꼼꼼히 기록했고 매매 때마다 성공과 실패 요인을 적어 곱씹었다. 그의 방에는 이같은 기록이 담긴 수 십 권의 수첩이 책꽂이에 꽂혀 있다. 우리 증시의 역사인 셈이다.

김 이사는 "3~5년차엔 욕심만 컸지 시장흐름을 읽지 못해 슬럼프에 빠지곤 했다"며 "슬럼프 때마다 수첩을 다시 펴보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쓰다 보니 조금씩 안목도 쌓이고 원칙도 생겼다"고 했다.

강 부장의 노력도 못지않다. KBS 아나운서로 활동하다 결혼 후 주부이자 투자자로 주식에 첫 발을 들였다. 당시 동서, 동원증권에서 88올림픽 전후 2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굴리는 '큰 손' 투자자로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올림픽 이후 큰 손실을 입으면서 증권사 추천으로 투자상담사 자격을 취득, 1991년 투자자에서 직원으로 변모했다. 20년간 그는 휴가 한 번 다녀오지 않았다.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에 점심도 도시락으로 때우기 일쑤였다.

강 부장은 "처음엔 주식을 더 알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어느덧 20년이 지났다"며 "돌이켜보면 투자설명회, 스터디모임을 쫓아다니고 실수를 빠짐없이 기록하면서 한 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고 살았다"고 말했다.

강 부장은 "수익률 높이는 데는 성실하게 임하는 것 밖에는 답이 없었다"며 "오랜 경험으로 얻은 것이 있다면 욕심 부리지 않고 절제하는 법을 배운 것"이라고 전했다.

◇고비마다 말 못할 스트레스

88올림픽, 건설·증권주 파동, IMF 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등 증시굴곡마다 겪는 극심한 스트레스는 연륜이 쌓여도 달라지지 않는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11월 김 이사의 수첩에는 36세 한 자산운용사 사장의 자살이 기록돼 있다. 김 이사는 "이런 베테랑도 쓰나미에 휩쓸려 갔다"며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착잡한 심경을 당시 일기에 토로했다.

강 부장은 "1997년, 2008년에는 그야말로 총성만 없었지 5살때 겪었던 6.25 못지않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며 "자고 일어나면 회사가 부도나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던 시절 동기들도 모두 자리를 떠나고 혼자서만 살아남았다"고 떠올렸다.

당시 만성 신경성 위염을 앓아야 했던 강부장은 여의도에서 원효대교를 지나 집으로 향하던 길에 한강고수부지에서 하염없이 울기도, 차를 몰고 가다 그대로 빠지고 싶다는 충동도 느꼈다. 그래도 당시 함께 버티며 위기를 이겨낸 고객들은 지금 수익률을 회복하고 강 부장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고객 있는 한 활동할 것"

50~70대의 자산가 고객을 위주로 10~20년간 관계를 맺어 온 이들은 증권사에서도 귀중한 자산이다.

자본시장법 발효로 올 2월부터 '투자상담사' 직종이 사라졌지만 이들은 고객이 유지되는 한 정년 없이 별정 영업직으로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강 부장은 "작은 실수라도 고객에게 바로 알리고 잘못을 바로잡는 모습을 통해 신뢰를 쌓아 왔다"며 "이제는 여유도 생기고 고객과도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사이가 돼 건강이 허락하는 한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 이사도 "10년 이상을 지점장으로 있으면서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고 고비마다 스러지는 '별'들을 보면서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너무나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며 "어려운 때를 같이 넘기며 늙어가는 고객과 앞으로도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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