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사장 임원 몇 분과 식사를 함께할 기회가 있었다. 이야기 도중 그들은 "주가가 급등하면 오히려 겁이 난다"는 자조 섞인 푸념을 털어놨다.

내용인 즉, 주가가 하락하면 펀드에서 자금이 유입되는데 오히려 주가가 급등하면 펀드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수익률이 좋지 않은 펀드의 경우 투자자들이 '묻어두는' 데 반해, 오히려 수익이 나기 시작하면 환매가 급증해 운용사들은 되레 '몸살'을 앓는다고 했다. 실제 7월 한 달 간 펀드시장에서는 무려 2조5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펀드시장이 제대로 정착되기도 전에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반 토막'부터 경험했으니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기다림과 숙성의 과실'을 채 느껴볼 겨를이 없었을 터이다. 백 번의 말보다는 한 번의 과실이 더 확실하게 와 닿는다는 점에서 펀드시장이 숙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던 측면이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기대 또한 애초부터 터무니없는 것이어서 '실망'은 필연적이었을 수도 있다. 펀드붐이 일던 당시 펀드판매 창구직원들에게 '많이도 말고 1년에 딱 50%만 내 주세요'라고 말하는 가입자들이 부지기수였다.
펀드를 지나치게 고수익상품으로 포장해서 팔았다면 물론 창구직원의 책임이 크겠지만, 그래야만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면 그 또한 문제다.
우리보다 앞서 펀드시장이 활성화된 미국 등 선진국에서 펀드는 고금리 예금상품적인 성격을 띠었다.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지, '대박'을 위한 상품은 아니었다.
최근 돌풍의 중심에 있는 자문형 랩 등 랩어카운트 상품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모래위의 성'이나 다를 바 없다. 자문형 랩도 펀드와 마찬가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숱하게 경험했듯 인기가 실망으로 뒤바뀌는 것은 순식간이다.
펀드 등 간접투자 문화가 제대로 성숙되지 않는다면 주가가 1800이 넘고 대세상승을 하더라도 그 과실을 일반 사람들이 가져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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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국내 증시도 시가총액 1000조원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펀드 투자문화의 '성숙된' 정착이야 말로 시총 1000조원 증시를 안착시키기 위한 필수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