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 외화차입 증가 불구 기업 외화대출 제자리...스왑으로 원화 조달 단기운용
국내 외환스왑 거래 규모가 3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은행들이 유동성 강화 차원에서 중장기 외화차입을 크게 늘렸는데, 기업들의 외화대출 수요는 제 자리 걸음이라 자금을 운용할 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국내 외환스왑 거래 규모는 하루 평균 184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국제 금융 위기 이전인 2007년 4월 기준 하루 평균 거래량 108억3800만 달러로 3년 새 70%(75억8200만 달러)가 늘었다.
은행권 자금담당 핵심 관계자는 "외환스왑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중장기 차입금을 운용하는 채널로 은행들이 외환스왑 거래 규모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스왑이란 계약 환율에 따라 다른 통화를 교환한 뒤 일정 시간 뒤에 계약시점에서 정한 선물환율로 원금을 다시 교환하는 거래다. 은행들은 보통 남는 외화자금을 단기 자금 조달에 이용하거나 환헤지에 외환스왑을 활용한다.
금융당국은 중장기 외화자금 조달비율(만기 1년 초과 외화 차입/만기 1년 이상 만기 대출)을 80%에서 최근 90%로 상향하는 등 외화 차입금의 중장기 비중을 늘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금융위기 시 외화의 급격한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중장기 외화차입이 최근 급증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중장기 외화차입 규모는 2008년 156억3000만 달러였던 게 2009년 230억8000만 달러로 53%가 늘었다. 올 들어서는 지난 7월까지만 해도 2008년 한해와 맞먹는 141억9000만 달러의 중장기 차입금이 유입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평균 90% 가이드라인에 맞추기 위해서는 중장기 외화자금 조달비율을 130~150%까지 높여야 한다"며 "실제 중장기자금을 가이드라인보다 더 많이 조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기업들의 외화대출 수요는 제 자리 걸음이다. 은행들은 중장기 차입금을 단기 차입금 상환이나 기업대출, 은행 간 거래 등에 활용하는 데 기업들이 투자를 보류하면서 자금을 운용할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금융당국이 2007년 8월부터 환율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외화대출 용도를 해외사용 실수요와 국내 시설자금으로 제한한 것도 결과적으로 외화대출 수요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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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에 따르면 은행권 외화대출 증가 규모는 2006년 159억5000만 달러에서 2007년 37억8000만 달러로 크게 줄었다. 이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엔 82억3000만 달러가 오히려 감소했다. 당국은 올 들어 4월까지 외환대출 규모가 22억 달러 가까이 느는 등 외환대출이 다시 증가세를 보이자 지난 6월 해외 사용 용도로만 대출이 가능하게 하는 등 용도제한 폭을 더욱 좁혔다.
은행권 관계자는 "달러와 원화의 조달금리 차로 은행 간 거래보다는 외환스왑 시장에서 여유 있는 달러로 원화 자금을 조달해 운용하는 게 소폭이지만 수익성이 더 좋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