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상향 6개월만에 사적워크아웃..기업 상황 반영 제대로 못해
신용평가기관들이진흥기업(1,021원 ▼3 -0.29%)에 대한 신용등급을 일제히 하향조정했다. 사적워크아웃 신청 뒤에 등급 조정이 이뤄져 신용등급 평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와 한신정평가는 각각 지난 11일 기준으로 진흥기업의 기업 신용등급을 종전 BBB에서 CCC로 하향조정했다. 기업어음 등급은 A3 등급에서 C3 등급으로 낮췄다.
한기평과 한신정평가는 각각 "진흥기업의 채권단공동관리(사적워크아웃) 신청을 신용등급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한기평은 지난해 7월, 한신정평가는 지난 2009년 하반기 진흥기업에 대한 신용등급을 조정한 바 있다. 당시 기업신용등급은 BBB-에서 BBB로, 기업어음 신용등급은 A3-에서 A3로 상향 조정했다.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지 6개월 만에 진흥기업은 사적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기업 상황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신용등급은 오히려 상향 조정된 셈이다.
신평사들은 효성그룹의 지원과 위기시 유동성 공급 가능성을 점치며 신용등급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진흥기업은 점차 어려워졌고 이같은 위기 상황은 신용등급에 미리 반영되지 못했다.
진흥기업은 2009년 매출액 6140억원에 영업손실 410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손실 1495억원을 보였다. 지난해 3분기까지도 영업손실 278억원, 당기손실 55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현재 부채비율은 174%로 전년 290%에 비해 개선됐으나 PF대출 잔액은 계속 늘었다. PF대출은 시행사를 통해 발생하기 때문에 진흥기업의 재무제표엔 나타나지 않지만 지급보증을 통해 실제론 진흥기업이 감당하게 된다.
진흥기업의 3분기 말 PF대출 잔액은 8343억원 규모다. 여기에 단기 차입금 2688억원을 더하면 1조원에 달하는 단기 부채가 쌓여 있다. 반면 3분기말 현금성 자산은 금융상품을 포함해 232억원 수준이다.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은 구조적으로 고평가돼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회사채 발행 시 2곳의 신용평가기관에서 신용등급을 받아야 한다. 신용 평가 시장은 메이저 3사 (한국기업평가, 한신정평가, 한국신용평가)가 경쟁하고 있다. 신평사 입장에선 경쟁적으로 기업에 신용등급 보고서를 수주해야 한다. 최대한 기업의 입장과 긍정적인 면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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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대한해운의 경우에도 신용등급 논란이 재기된 바 있다. 대한해운은 지난해 11월 회사채를 발행하며 BBB+(안정적)란 신용등급을 받았다. 장기용선료가 높은 가운데 BDI지수가 여전히 낮아 대한해운의 자금부담은 큰 상황이었다. 결국 대한해운은 지난달말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했다.
신환종 우리증권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신용 평가의 주도권을 발행업체에게 빼앗겨 업체의 대변으로 전락한 느낌"이라며 "채권을 발행할 때부터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될 때까지 업체의 사정을 꿰뚫어보지 못하고 업체에 끌려 다니면서 적절한 감시와 모니터링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