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스피드' 헌정회 육성법, 발 묶인 퇴직연금법

'초 스피드' 헌정회 육성법, 발 묶인 퇴직연금법

임상연 기자
2011.03.30 14:59

[임상연의 머니로드]

지난 10일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고위공직자 재산변동 내역을 보면 '국회의원은 재테크도 잘 한다'는 말이 빈말은 아닌 듯싶다.

여야 전체 국회의원 292명 중 75%인 219명이 전년에 비해 재산이 증가했으니 말이다. 경제난 속에 바쁜(?) 국정업무를 수행하면서도 4명 중 3명꼴로는 재산을 늘리는데 성공한 것이다.

재산 증가액도 만만치 않다. 국회의원 중 116명(39.7%)은 재산이 1억원~5억원 미만 증가했고, 5억원~10억원 미만 증가한 의원과 10억원 이상 늘어난 의원도 각각 11명(3.8%)이나 됐다.

전체 국회의원들의 평균재산 증가액(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제외)은 2억5000만원에 달했다. 이는 경력 10년차 셀러리맨이(국내 1000대 기업 평균연봉 5203만원, 취업포털 잡코리아 2010년 조사) 5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만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이다.

국회의원들의 진정한 '재테크 본능'을 보여주는 대목은 따로 있다.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지난해 2월 슬그머니 통과된 이 개정안은 하루라도 황금배지를 단 국회의원은 65세 이후 매달 120만원씩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일종의 '국회의원 노령연금제도'인 셈이다. 가만히 있어도 노후가 보장된다고 하니 여, 야가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시킬 법도 하다.

국회의원들이라고 재테크나 노후걱정이 없을까. 하지만 자신들의 노후를 위해선 초당적 단합력을 보인 국회의원들이 정작 국민들의 노후는 나몰라라 하고 있으니 문제다. 2년 넘게 표류중인 퇴직연금제도 개정안(근로자퇴직연금보장법 개정안) 얘기다.

퇴직연금은 기업의 퇴직금 사외예치를 의무화해 근로자의 수급권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지난 2005년 12월 도입됐다. 퇴직연금은 기업은 법인세 혜택을, 근로자는 퇴직급여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해마다 가입자 수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 1월 말 현재 9만5853개 사업장, 242만9776명의 근로자들이 퇴직연금에 가입했고 적립금 규모도 30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현행 퇴직연금은 수급권 보호란 도입취지를 무색케 하는 큰 맹점을 가지고 있다. 현행법상 사업주가 퇴직금 의무적립비율을 지키지 않아도 규제할 수 있는 장치가 특별히 없다는 것이다. 사업주의 의지에 따라선 근로자가 퇴직연금 운용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고, 최악의 경우 연금수령이 힘들어 질 수 있다.

최근 건설사 등 중소기업들이 줄도산하면서 이 같은 부작용은 곳곳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A건설사의 경우 신청 수개월 전부터 퇴직금을 제 때 적립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경영실적이 악화되고 자금사정이 나빠지자 직원들의 쌈짓돈인 퇴직금마저 지급을 미룬 것이다.

경영악화로 퇴직금를 제 때 내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담당부처인 노동부는 금융실명제에 발이 묶여 정확한 실태조사 조차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노동부는 퇴직연금의 이 같은 맹점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08년 11월 전면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했다. 개정안은 사업주가 퇴직금 적립을 체불할 경우 지연이자를 물게 하는 것은 물론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여하는 등 근로자의 수급권 보호장치를 강화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여, 야간 충돌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지금까지 낮잠을 자고 있는 상태다.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도 뒷전으로 밀렸다. 4월 임시국회로 넘어갔지만 재보궐 선거 정국에서 과연 제대로 처리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재테크로 재산도 불리고, 노후도 보장됐으니 이제는 한번쯤 국민을 위한 초당적 단합력을 보여줄 때도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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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연 미래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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