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27p 하락이 선방인 이유

[내일의전략]27p 하락이 선방인 이유

엄성원 기자
2011.06.02 17:10

코스피지수가 뉴욕 증시 급락과 무디스의 그리스 신용등급 하향이라는 대외 악재 속에서 2100대 초반으로 되밀렸다. 2일 코스피지수는 27.14포인트(1.27%) 내린 2114.20으로 거래를 마쳤다. 적지 않은 낙폭이지만 시장은 선방했단 평가가 대부분이다.

고용, 제조업, 소비 지표가 일제히 예상을 밑돌고 그리스 불안이 다시 확산되면서 전일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2%대 하락했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1년여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대표한다는 다우지수 구성 종목 30개가 모두 약세를 보이기까지 했다.

물론 미국 증시가 2% 떨어졌다고 해서 우리 증시도 그만큼 떨어지는 건 아니다.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것뿐이다. 이 같은 평가에는 외국인 자금 동향에 따라 크게 출렁였던 최근 증시에 대한 불안한 기억이 상당 부분 녹아들어 있다. 아울러 예상보다 2100선을 회복한 데 따른 급등 피로감이 한순간 몰려올 수 있단 불안감도 내재돼 있다. 미국 증시 이상으로 낙폭이 커질 수 있었던 도화선은 충분했다.

◇ 美·그리스 우려? 5월에도 본 거 같은데

이날 장 초반만 해도 코스피지수는 2% 이상 되밀리며 2100선을 내줬다. 미국과 유럽의 급락세가 그대로 재현되는 듯싶었다. 그러나 개인이 다시 매수 주체로 나서고 외국인 매도세가 우려를 크게 밑돌면서 낙폭을 절반으로 줄였다.

이날 외국인은 사흘 만에 팔자세로 돌아서며 386억원을 순매도했다. 미국의 더블딥 우려가 다시 강화되고 '저승사자' 무디스가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사실상의 디폴트 상태로 평가한 것 치곤 적은 규모다. 오히려 이날 기관이 440억원을 순매도하며 외국인보다 더 많이 팔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에만 2조56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우리 증시에서 빼내갔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 때 이미 미국의 경기 둔화와 그리스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선반영됐기 때문에 이날 대외 악재에 외국인 자금이 크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미국의 긴축 전환 속도를 늦출 수 있어 호재가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추가 양적완화(QE2)는 이달 말 종료 예정이지만 지금과 같이 지지부진한 고용, 소비 지표가 지속될 경우, 완화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 그래도 우리 증시만한 데가 없다

이날 선방의 또 하나의 성과는 우리 증시가 가격 매력뿐 아니라 기업 이익 모멘텀에서도 다른 증시에 비해 우월하다는 것이 확인했다는 점이다.

지난달 조정으로 우리 증시의 주가수익배율(PER)은 9.6배까지 내려왔다. 역사적 저점 수준이라는 중국 증시의 PER은 10배, 가격 매력도가 여전하다는 미국 증시의 PER은 15.5배 수준이다.

더욱이 미국은 경기 둔화 우려에, 중국은 인플레이션 부담에 사로잡혀 있다. 또 유럽은 경기보다 그리스 불안이, 일본은 지진 재건보다 원전 사태 해결이 급선무다.

지난달 미국 자동차 판매를 보면 전체 판매는 줄었지만 현대, 기아 등 우리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은 상승했다. 지진으로 인한 일본 업체의 생산 차질이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 상승의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치열한 시장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는 조선, 화학, 전기전자(IT) 등 여타 주력산업 분야도 자동차와 같은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와 관련, "미국 경제 악화에 따른 총수요 둔화 우려보다 한국기업들의 시장점유율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기 때문에 시장이 선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우리 증시만한 투자처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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