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어차피 맞을 매"

[내일의전략]"어차피 맞을 매"

엄성원 기자
2011.06.10 17:29

마녀는 피했지만 금통위는 피하지 못했다. 한국은행의 예상 밖 기준금리 인상에 발목이 잡히며 증시가 7일 연속 조정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6월 역시 조정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연속 약세장이 길어지는 건 좋지 않다. 기술적 반등 시점에 나온 '깜짝' 금리 인상에 투심이 재차 얼어붙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된다.

◇ 기습 인상, 고개 숙인 코스피

10일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24.75포인트(1.19%) 내린 2046.67로 거래를 마쳤다. 사실상 일 저점(2045.24)이 종가가 됐다.

한국은행의 '깜짝' 금리 인상이 반등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앞선 조정에 따른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며 상승 출발했다. 한때 개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세를 바탕으로 2090대까지 오르며 2100 고지 탈환 기대를 부풀리기도 했다.

그러나 예상 밖의 금리 인상 결정으로 원화 환율이 강세를 보이면서 프로그램 매도세가 한층 빨라졌고 기관은 수출 대표주를 내다팔기 시작했다. 장 막판 금리 인상 충격이 진정되며 1082원대로 거래를 마치긴 했지만 원/달러 환율은 오전 한때 1078원까지 급락했다.

프로그램 매매 차익거래는 이날 3170억원의 매물을 쏟아냈다. 만기일이었던 전일의 1888억원보다 1300억원 가까이 늘어난 물량이다. 만기일 매물 청산에 미온적이었던 외국인과 기관이 금리 결정을 확인한 후 물량을 쏟아낸 느낌이다.

이날 기관 매도 상위 1~5위는 현대차, 하이닉스,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LG전자가 차지했다. 환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대표적인 수출주들이다. 이에 비해 외국인은 현대차, 기아차, 호남석유, OCI,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기존 주도주를 집중적으로 매도하며 차익실현에 집중했다.

◇ '미리 맞은 매' 하반기 금리부담 줄었다

한편 일부 증시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 등 금리 인상의 직접 영향보다 금통위가 매번 시장 전망과는 반대 선택을 한 데 따른 심리 악화가 더 큰 조정의 빌미가 됐다고 지적했다.

한은이 거듭 전망과는 다른 선택을 하면서 시장 흔들림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만 해도 어렵게 살아난 반등 분위기가 한은의 결정에 일순간 물거품이 됐다. 한은과 시장 간의 소통이나 공감대가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금통위의 정책금리 결정이 시장의 의견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물가와 경기를 동시에 걱정해야 하는 금통위와 물가보다 경기가 우선인 시장 사이엔 관점의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한은이 시장 충격을 무릎 쓰고 이번에 인상 카드를 빼어든 것은 인플레이션과 가계대출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 들어서기 전 미리 물가를 다잡고 사상 최대인 800조원대로 불어난 가계대출도 억제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기둔화, 그리스발 재정 불안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하반기 지속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론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한은이 예상 밖의 금리 동결을 선택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인상은 지난달 올릴 것을 한달 늦춘 것에 불과하다. 또 단기적으론 부담이 되겠지만 하반기 맞을 매를 미리 맞았다고 생각하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이상원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금리 인상 배경엔 경기에 대한 자신감도 있다"며 "먼저 금리를 올린만큼 하반기 인플레 압력이 둔화되면 큰 폭 반등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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