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세계 각국은 각자도생에 여념이 없다. 세계 주요국의 초미의 문제는 재정위기다. 로이터통신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세계 7개국 이코노미스트 350여명은 세계경제의 가장 큰 위협요소로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를 들었다. 민주화 시위로 정정불안이 표면화된 북아프리카·중동 등 이슬람권은 피부에 와닿는 정치개혁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경제국은 방대한 내수와 비용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내고 있으며, 오히려 과도한 성장을 경계하는 입장이다.
우리가 직면한 주된 경제문제는 무엇인가?
경기부진, 고용불안, 분배악화 등은 아닌 것 같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많은 국가가 같은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는 만성질환이 된 지 오래이기에 K-문제에 들겠다.
물가는 어떠한가? IMF의 6월 세계경제 전망만 보더라도 지난 1분기에 세계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더 높아진 것으로 지적하고 있어 물가문제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닌 듯싶다. IMF는 세계 물가상승률이 높아진 이유를 원자재가격 상승에 두고 있는데, 이 역시 우리의 일상적 경험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더 깊이 들어가면 물가문제 역시 K-문제의 하나가 되어감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과거부터 보자. 국제비교가 가능한 OECD의 2005년~2011년 5월 사이의 통계를 대상으로 날씨나 국제정세의 영향을 받는 식료품과 원자재를 제외한 근원 물가상승률을 살펴보자. 과도한 물가 상승이 K-문제로 부상한 시기는 언제일까?
2005~2007년간 OECD의 물가상승률은 1.9~2.1%대였고, 동기간 우리의 물가상승률은 2.0~2.5%대였다. 우리 스스로를 OECD의 대표주자라 해도 무방한 시기였다. 그러나 2008년에 들어서며 상황이 달라졌다. OECD는 2.2%의 물가상승률을 경험했으나 우리는 무려 3.6%에 달했다.
도대체 무엇이 1.6배에 달하는 물가상승을 야기했을까? 진정성이 시대의 화두인 만큼 필자의 무지함을 고백해야겠다. 다음 해인 2009년에는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 2009년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맹위를 떨친 해였고, OECD의 물가상승률은 1.7%로 주저앉았다. 우리도 물가상승률이 하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3.0%로 여전히 높아 OECD 평균의 1.8배 수준에 달했다. 최근 상황은 이미 알려진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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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만 보더라도 우리의 물가상승률은 OECD 평균의 1.7배에 달하고 이는 34개 회원국 중 5위에 해당한다.
최근은 어떠한가? 물가상승률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2010년 1.9%에 머물렀던 근원 물가상승률이 3월에는 2.7%로 그리고 다시 6월에는 2.9%로 상승했다. 한 가지 놀라운 점은 국제시장에서 상품현물지수나 선물지수 그리고 유가는 모두 빠르게는 지난 1월부터 조금 늦게는 4월부터 하락세로 이미 돌아섰으며 적어도 내년까지 이런 하락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된다는 점이다. 더욱이 작년에 빠르게 상승한 유가나 기타 원자재 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거나 소폭 상승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지나친 물가상승은 우리만의 특수한 문제다. 그래서 K-문제라 부를 수 있다.
왜 K-문제가 생겨났을까? 지난 수년간 금리는 낮고 임금상승률은 하향 추세를 밟아왔으며 부동산 가격 역시 안정되었다. 결국 저금리로 인한 과잉유동성과 독과점적 산업구조의 심화가 주된 원인이다. 시장경제는 절제된 통화재정정책과 경쟁 위에서 제 기능을 발휘한다. 먹기만 하고 운동은 거부하는 한국경제에서 시장경제는 마비되고 있다. 과도한 물가상승은 이를 보여주는 중증의 하나인 것이다. 80년대의 기적이라 하는 물가안정과 그후의 호황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다. 명의라면 병의 원인을 치유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