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펀드 "달러가 있어야 들지"...출시도 못할판

외화펀드 "달러가 있어야 들지"...출시도 못할판

구경민 기자
2011.08.11 14:52

펀드 연내 출시 '불투명'..TF팀 논의 '소강상태'

연초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돼 왔던 '외환기준가격 펀드(외화펀드)'가 출시도 못해보고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경기하강과 금융시장 불안으로 수출기업과 거액 고객들이 달러화 예금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금융투자협회는 외환기준가격펀드 출시를 놓고 국세청과 기획재정부와 합의를 끝냈다. 5월에는 상품 출시를 위해 신한은행,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신운용, 대우증권, 미래에셋증권 등과 태스크포스팀(TF)을 꾸렸다.

금투협은 해외 투자자들이나 조선, 해운 등의 국내 수출기업 등을 중심으로 이 상품에 투자할 수요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조선, 해운 등 달러를 많이 보유한 국내 수출기업들은 금리가 2%도 안 되는 외화예금에 투자하고 있다. 이 기업들이 외환기준가격 펀드에 달러로 직접투자 할 경우 편의성과 더 높은 수익까지 챙길 수 있다는 것이 협회 측의 설명이다.

또, 해외 투자가들은 국내 펀드에 투자를 할 때 환전 절차를 거쳐야 해 번거로웠다. 약 3% 수준인 환전 수수료를 내야하는 것도 부담이다.

외환기준가격 펀드가 선보일 경우 환전 수수료와 환헤지 비용 등에 대한 부담을 없앨 수 있어 외화를 많이 보유한 해외 기관 투자가와 조선, 해운 등의 국내 수출기업, 일반 고객 사이에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됐다.

취지는 좋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펀드에 투자할 고객을 찾지 못해 연내 출시도 어려운 실정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내 수출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전망이다. 특히 최근 금융시장 불안 속에서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거나 줄이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은행, 증권사 등의 판매사들이 고객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 펀드시장 위축으로 운용사들은 새로운 상품 출시를 꺼리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TF팀 구성 이후 논의된 사안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어느 정도 수요가 있어줘야 상품을 만들 것인데 선뜻 투자하겠다는 기업이나 기관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고객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도 "최근 주가가 폭락하면서 이에 대한 수습도 어려운 상황이고, 펀드 시장이 위축되면서 신상품을 내놓는 것도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서 연내 도입 예정인 한국형 헤지펀드 준비작업으로 인력도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신동준 금투협 집합투자시장팀장은 "시장 상황이 좋지 못해 당장 펀드를 내놓을 수는 없지만 외화예금 규모가 20조원을 넘기 때문에 투자할 잠재수요가 상당부분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수요자만 있다면 상품은 금방 출시될 수 있기 때문에 고객 확보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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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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