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학조건 혜택,학력차별·학력인플레 논란.."개인연금 전환"이 해법
"대학 못 가면 세금 토해내라?"
'반값등록금'의 대안으로 정치권과 정부당국이 추진중인 학자금펀드 세금 혜택 방안이 딜레마에 빠졌다. 현재 제시된 개정안은 학자금펀드가 대학진학을 전제로 세제혜택을 주도록 돼 있을 뿐 대학에 못갈 경우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학자금펀드에 가입한 자녀가 대학진학에 실패하면 공제받은 소득세를 일시에 모두 내야 하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학자금펀드의 세제혜택을 대학진학 여부로만 결정할 경우 학력차별과 학력인플레 조장 논란이 일 것이란 지적도 일고 있다. 또 세급 재납부에 따른 조세저항이 일 수 도 있다. 이 같은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제도 도입 전에 학자금펀드의 개인연금 전환과 같은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학자금펀드 대학 못가면 세금폭탄?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권영세의원(한나라당)은 최근 학자금펀드(자녀등록금마련신탁) 도입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마련했다. 권 의원측은 이 개정안을 토대로 이달 중 전문가 간담회를 거쳐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본지 10월4일자단독기사참조)
개정안에 의하면 만 18세 미만의 자녀를 둔 부모가 자녀 명의로 학자금펀드에 가입할 경우 연 300만원, 최대 3600만원까지 소득공제 및 증여세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소득공제 금액은 향후 대학 등록금 납입 때 받는 소득공제 한도(연 900만원×4년)에서 차감된다. 미래에 받을 소득공제 혜택을 저축시점에서 미리 당겨 받는 구조다.
만혼과 조기퇴직으로 가계의 대학 등록금 부담이 커지고 있고, 대학 등록금 소득공제 혜택을 못 받는 경우도 늘고 있는 만큼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문제는 학자금펀드에 가입한 자녀가 대학진학을 포기하거나 실패할 경우이다. 소득공제 금액을 차감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대안이 없을 경우 그동안 공제받은 소득세를 모두 물어내야 한다.
예컨대 연간 근로소득이 4500만원인 A씨(배우자와 자녀 2명)가 학자금펀드에 가입해 12년간 연 300만원씩 소득공제를 받았을 경우 자녀가 대학진학을 포기하면 소득세만 약 549만원을 물어야 한다. 학자금펀드가 대학진학 여부에 따라 절세상품이 아닌 세금폭탄이 될 수도 있는 것.
기획재정부 세제실 등 일부에서 학자금펀드 도입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학진학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학자금펀드 가입자 모두에게 세제혜택을 주는 것은 정책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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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자녀의 대학진학 실패를 이유로 그동안 받은 소득공제 금액을 일시에 환급할 경우 조세저항이 커질 수 있고, 자칫 세수만 낭비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개인연금 전환 고령화 대비해야"
금융당국에서는 자녀가 대학진학에 실패하거나 포기할 경우 직업학교나 취업교육 시 받는 소득공제 한도에서 차감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한 조세전문가는 "대학 등록금과 직업학교 등의 수강료는 차이가 커 환급 대상으로 적절치 않다"며 "또 용도 변경의 예외 경우를 많이 둘 경우 소득공제 대상자나 환급 대상자가 불분명해지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학자금펀드를 부모나 자녀의 개인연금(또는 퇴직연금)으로 전환하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지 못할 경우 그때까지 불입한 학자금펀드를 개인연금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소득공제 차감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정부와 가계가 고령화 시대를 대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현행법상 개인연금은 연간 400만원(퇴직연금 추가적립금 합산)까지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정치권에서는 이 소득공제 한도를 800만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대학에 입학한 경우만 세제혜택을 줄 경우 가계의 세금부담 증가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고령화에 따른 정부의 복지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가계가 노후자금을 스스로 마련할 수 있도록 학자금펀드를 개인연금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이사도 "국내 개인연금 가입률은 18% 정도로 대부분의 가계가 노후준비가 안된 상태"라며 "학자금펀드를 개인연금화한다면 연금 가입률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권 의원 측은 "제도 도입 취지와 맞는 만큼 적극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