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의 반격?···정치권 비판 시작한 장관들

과천의 반격?···정치권 비판 시작한 장관들

정진우, 신희은 기자
2012.02.15 17:21

MB가 깃발 들자 장관들 비판 쏟아내···'말'만 아닌 '숫자'도 준비 중

연일 쏟아져 나오는 정치권의 총선 공약에 대해 정부의 반격이 시작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4일 각 부처 장·차관과 외청장까지 참석시킨 확대 국무회의에서 '부처가 중심을 잡고 적극 대응하라'는 지시에 따른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저축은행 특별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주장 등에 대해 입을 연 이상 각 부처 장관들의 작심 발언이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정부는 '말'이 아닌 '숫자'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에서 조만간 정치권 공약을 분석한 자료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작심한 듯 정치권을 겨냥해 쓴 소리를 쏟아냈다. 박 장관은 "재정의 부담능력을 넘어서는 복지공약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선거 구도를 1%대99%의 싸움으로 몰아가는 정치권에 대해서도 "자칫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구도로 비화될까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민주통합당이 공약으로 내건 '한미 FTA 폐기'에 대해서는 "성급한 FTA 폐기 주장은 우리 경제의 기존 성장전략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대외신인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멀리보고 진중히 판단해 한·미 FTA가 차질 없이 발효될 수 있도록 정치권의 각별한 협조가 절실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장관의 이날 주장은 자극적인 표현만 안 썼을 뿐 '상당히' 강한 발언이라는 게 재정부 설명이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경제부처 수장으로서 정치권을 정면 비판하는 게 쉽지 않지만 내부적으로 고심을 거듭해 수위를 조절해 내놓은 발언"이라고 전했다. 이대로 두면 총선, 대선까지 이어지는 정치 일정상 1년 내내 정치권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는 판단아래 꺼낸 발언이라는 것이다.

평소 직설적인 표현을 써 온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도 정치권을 상대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장관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간담회에서 "정치권과 노동계가 가까이 다가가는 정치의 계절"이라면서 "정당과 노동계가 연대 수준을 넘어 통합 수준에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과 손잡은 한국노총을 겨냥한 발언이다. 이 장관은 "노동운동을 정치운동화해선 안 된다"며 "근로자 이해관계를 진정으로 대변하려면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정부는 특히 단순히 장관의 '말'이 아닌 구체적 '숫자'로 정치권에 대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재정부는 내부에 운영 중인 복지 테스크포스(TF)를 통해 정치권의 복지공약의 소요 재원을 분석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과의 싸움을 '입'으로만 할 수는 없다는 것. 박 장관도 이날 "현 시점까지 제기된 공약사항 등에 대해서는 대차대조표를 따지고 지속가능성을 검토해 그 결과를 정치권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14일 국무회의 이후 이처럼 장관들의 반격이 본격화된데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깃발을 든 이상 졸(장관)들이 움직여야 하는 거 아니겠냐"며 "관료들이 그동안 정치권 눈치를 봐 왔지만 어제 신제윤 재정부 차관을 시작으로 장차관들의 강성 발언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 차관은 14일 "관료인생 30년 동안 이번 선거 같은 포퓰리즘은 처음"이라며 "정치권 때문에 웃음이 사라졌다"고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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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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