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내우외환 증권사

[기자수첩] 내우외환 증권사

김은령 기자
2012.04.19 06:13

"랩어카운트 운용역이 당분간 매매를 안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단타 수익 정도나 기대할 수 있을까, 지금은 들어갈 때가 아니라면서요. 개인이든 기관이든 거래를 안하고 경쟁은 심해지니 갈수록 어렵네요." 한 증권사 관계자가 전한 최근 분위기다.

기다렸던 봄날이 완연해졌으나 최근 여의도 증권가에는 주가가 좀처럼 방향성을 찾지 못한 가운데 업계 경쟁만 치열해져 찬바람이 분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2월 초 2000선을 회복한 후 2개월 넘게 박스권에 묶여 있다. 기관투자가들조차 매수타이밍을 찾기 어렵다고 토로하고, 개인투자자들은 눈치만 보는 형국이다.

신용융자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박도 거래를 위축시키고 있다. 금융당국이 최근 신용융자 규모를 5조원대로 낮춰줄 것을 요청하면서 신용융자 규모가 크게 줄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5조3000억원에 이르렀던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17일 현재 4조8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는 거래대금 감소로 이어져 지난 16일과 17일 코스피 거래대금은 4조원을 밑돌았다.

코스닥시장도 최근 거래대금이 2조원을 밑돌며 연중 최저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브로커리지가 40%를 차지하는 증권사 수익구조상 불황이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증권사들이 수수료를 챙기기도 어렵다. 이미 수수료 인하경쟁에 불이 붙은 상태에서 모바일시장 선점을 위해 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는 곳도 나타났다. 여기에 IB(기업금융)부문에서도 출혈경쟁 여파로 수수료가 바닥으로 내려갔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온다.

문제는 이런 고난의 일정부분을 증권사들이 자초했다는 점이다. 은행권에서 활약하다 증권사로 이적한 한 임원은 "은행에서는 기업에 대출을 해줄 때 리스크 분석을 한 후 사후관리도 철저히 하지만 증권사들은 그런 체계가 부족한 것 같다"며 "수수료 확보를 위해 PF 등 부실자산에 뛰어들어 어려움을 겪은 것도 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서비스체계가 차별화되지 못하면 가격만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는데, 대개 '제살 깎아먹기'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증시 여건이 악화된 데는 유럽발 금융위기 등 외생변수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금융당국이나 국회도 우호적이지 못했다. 그들에게 '탓'을 돌린들 해법을 찾기는 어렵다. 요즘 증권사에는 힘겨운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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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령 기자

머니투데이 증권부 김은령입니다. WM, 펀드 시장, 투자 상품 등을 주로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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