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개점휴업' 석유거래소 느긋한 이유

[기자수첩]'개점휴업' 석유거래소 느긋한 이유

우경희 기자
2012.04.24 15:46

'하루 평균 거래량 1건.' 지난달 30일 개장한 석유현물전자상거래시장(이하 석유전자시장)이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다. 지난 23일까지 누적 거래 금액은 16억4000만원에 불과하다.

국내 석유 유통시장 점유율 10%를 목표로 했던 한국거래소의 의욕이 무색하다. 일각에선 정부가 바뀌면 문을 닫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정작 거래소 측은 담담하다. 애초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는 눈치다.

"지난 20여년간 폴(poll·각 주유소에 해당 정유사 제품만 판매)제를 시행해 온 정유사들이 매매 형태 변화가 두려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기다려줘야 합니다. 결국 석유전자시장이 소비자 부담을 줄이고 정유사 역시 불필요한 지출 없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발판이 될 것입니다." 거래소 관계자의 말이다.

석유전자시장은 정유사나 수입업체가 석유를 주유소 등과 직접 매매할 수 있는 곳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소비자가 마진 규모를 확인할 수 있게 되는 등 과점 체제의 유류시장이 투명해져 궁극적으로 유가 안정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석유전자시장의 거래가 늘어나려면 정유사들이 독자 브랜드를 포기해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하다. 정유사들은 그간 상당한 투자를 통해 브랜드를 구축해 왔다. S-OIL의 로고송이나 SK주유소 직원의 모자 색깔 등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이 시장의 공동 공급자로 참여하면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기름이 섞일 수 밖에 없고, 그간 브랜드 구축 비용도 허공에 날리게 된다. 정유사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거래소 측은 장기적으로 이들이 참여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무엇보다 마케팅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는 기대다. 정부도 나름 파격적인 혜택까지 내건 상태다. 지난 19일 석유전자시장 참여 정유사에 대해 법인세 0.3% 감면을 약속한 것이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리터당 5~6원이 감면되고, 아울러 리터당 15~16원 가량 책정되는 석유기금도 추가로 면제된다. 이는 정부나 거래소 측에는 시간과의 싸움에서 정유사에 이길 수 있는 카드로 보인다.

그러나 석유부문에서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정유사의 주장이 그저 '엄살'에 불과했다는 전제가 갖춰지는 경우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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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 the300 국회팀장 우경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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