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가 과감해져야 할 곳

[기자수첩] 정부가 과감해져야 할 곳

황국상 기자
2012.05.03 06:31

"정말 투자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려 했다면 티도 안나는 유관기관 수수료보다 주식거래세를 낮춰주는 게 먼저 아닐까요." '전업' 개인투자자 K씨의 말이다.

금융당국이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등 증권 유관기관 수수료를 인하키로 하면서 증권사들이 후속 조치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이나 투자자들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K씨는 "주식 1000만원을 거래하면 수수료 인하분은 90원에 불과한데 이게 무슨 혜택이냐"며 "수수료의 20배에 달하는 세금이 그대로인데 수수료 일부 내린다고 투자자들이 체감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K씨가 이번 수수료 인하조치에 '감동'을 받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다. 현재 투자자가 주식을 거래할 때 드는 비용에는 증권사 수수료 외에도 증권거래세가 있다.

코스피 종목을 거래할 때는 총 거래대금의 0.3%가 세금으로 나가는데 이중 0.15%는 증권거래세, 0.15%는 농어촌특별세다. 코스닥종목을 거래할 때는 증권거래세만 0.3%가 부과된다.

HTS(홈트레이딩시스템)를 이용한 업계 평균 주식거래 수수료가 0.015% 수준임을 감안하면 세금이 20배나 더 많은 셈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구조다. 세금을 그대로 놔둔 채로는 20분의1에 불과한 수수료를 일부 낮춘다고 해서 투자자가 체감하는 혜택이 커질 수는 없다.

재정건전성 제고를 고심해야 하는 정부당국으로서는 세수를 줄이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의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배보다 배꼽이 큰 비용구조에서 업계에만 투자자 부담경감을 요구하는 점은 다소 아쉽다.

증권사들도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으나 그리 편해 보이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주식거래 수수료 인하가 투자자 부담경감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고객은 고마워하지 않고 증권사들도 불편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일부 중소형사는 현재 수수료로도 고정비를 겨우 충당하는 한계수준에 와 있다는 '우는 소리'를 하기도 한다. 정책은 일부에 피해가 가더라도 보다 다수가 중장기적으로 수혜를 입는다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반대로 혜택을 받는 이가 적다면 그 정책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정말 투자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면 정부도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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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국상 기자

머니투데이 황국상입니다. 잘하는 기자가 되도록 많이 공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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