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발 유럽 위기가 국내 증시에 강펀치를 날리고 있다. 15일 코스피 지수는 개장과 동시에 1900선이 무너진 가운데 장 중 1880선까지 위협받고 있다. 1900선은 전문가들이 1차 지지선으로 전망했던 1940선이 무너진 이후, 2차 저항선으로 여겨져왔다.
고조되는 유럽 불안을 반영하듯 이날 오전 11시 10분 현재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750억원, 1066억원 어치의 물량을 내던지고 있다. 외국인의 매도세는 열흘째다. 개인이 장 중 '사자'로 전환해 87억원을 매수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모양새다.

◇유럽위기 장기화…추가 조정 가능성↑
그리스 재총선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리스 대통령의 정부 구성 촉구에도 불구,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가 회동을 거부하는 등 불확실성은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 전날 독일의 한 언론은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고 파산상태인 디폴트에 빠질 경우, 유로존 회원국들이 입을 손실을 2760억유로로 추정하기도 했다.
폭락장세에는 이날 개장 전 보도된 이탈리아 은행 신용 강등까지 더해졌다는 평가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이탈리아 26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날 1910선을 가까스로 지켜냈던 코스피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추락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유럽 문제가 쉬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 추가적인 조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주가 하락은 국내 문제라기보다 글로벌 증시 동조화속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코스피 지수가 1850~1860선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영일 한국투신운용 CIO(최고투자책임자)도 향후 코스피가 추가적인 조정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고점 대비 10% 하락한 1850~1880선 사이를 바닥으로 제시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날 급락세가 '통상적 변동성'에 따른 하락이란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 파트장은 "주식시장은 별일이 없어도 10%씩 변동성을 갖는다"며 "최근 진행됐던 좁은 박스권을 잣대로 1900 붕괴를 볼 것이 아니라 통상 수준에서 본다면 추가 하락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수가 크게 하락한 만큼 '매수 타이밍'에 대한 의견도 나오고 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날 코스피가 4개월 만에 1900선을 내준 것을 지적,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주가가 다소 과하게 낙폭을 키우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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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코스피 밸류에이션이 8.9배까지 떨어졌다는 점에서 이제는 주식을 사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보통 코스피지수 밸류에이션이 9~10배에서 거래되는 점을 감안할 때, 9배를 하회한 현재의 밸류에이션은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정치 상황 예측 힘들어…기댈 것은 '실적'
전문가들은 지지선을 추가로 제시하면서도, 유럽 위기가 정치적 상황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따라서 한국시간으로 이날 밤 열리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회담 결과가 향후 증시의 변곡점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양 리서치센터장은 "올랑드는 성장을 강조하고 메르켈은 긴축을 주장해온 만큼, 이날 회담 결과는 향후 유럽 정치적 혼란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메르켈 총리가 긴축정책에 지친 민심을 반영해 성장으로 방향을 선회한다면 글로벌 증시에는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문제가 연말까지 지지부진 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실적과 'G2'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특히 대형 IT와 자동차 등 그간 실적이 좋았던 업체들에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증권 오성진 센터장은 "6월이 되면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기업의 2분기 실적전망치도 나오는 만큼 새 모멘텀이 증시를 이끌 것"이라며 "2분기에도 전기전자(IT), 자동차 등 중심의 업종쏠림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