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600개 高, 학생성적 사교육업체에 넘겨 '논란'

단독 600개 高, 학생성적 사교육업체에 넘겨 '논란'

최중혁, 최은혜 기자
2012.05.24 16:17

김영일교육컨설팅에 성적 넘겨… 교과부 "사실상 불법, 징계대상"

전국 600여개 고등학교가 사설 입시업체에 학생들의 성적 정보를 통째로 넘겨 영리 목적에 이용되도록 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개인정보를 넘기는 과정에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동의를 제대로 받지 않아 교육당국이 엄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4일 교육계와 교육업계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소재 명문 사립 A고등학교는 최근 3학년 학부모들에게 자녀의 내신 성적을 사설 교육업체인 '김영일교육컨설팅'에 제공할테니 동의해 달라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통신문에는 "김영일교육컨설팅 'e대학' 프로그램을 구입·활용해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 프로그램을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체 학생들의 내신 성적을 'e대학' 프로그램에 입력해야만 가능하다"며 성적 정보 제공에 동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e대학'은 모의 수능, 내신 성적을 입력하면 목표 대학의 정시·수시 합격 가능성을 예측해 주는 온라인 프로그램. 학생들의 성적 데이터가 많이 축적될수록 예측 확률이 높다.

김영일교육컨설팅에 따르면 현재 'e대학'에 가입한 학교는 전국 600여곳에 이른다. 서울·경기 지역 학교가 절반 이상이다. e대학 가입 비용은 개인회원의 경우 연간 10만원, 단체회원(학교 상담용)의 경우 66만원에 달한다. 김영일교육컨설팅은 단체회원으로만 약 4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

그러나 고교가 재학생들의 성적 정보를 사설 입시업체에 넘기는 것은 불법에 가깝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상 미성년자의 개인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와 보호자의 동의를 동시에 얻어야 한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동의서를 형식적으로 얻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고교 교사는 "방과후학교 신청, 급식 신청, 교과서 신청 등 동의를 얻어야 하는 서류가 워낙 많아 대부분 학생들은 읽어보지도 않고 사인을 한다"며 "내용도 모르고 동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른 고교 교사도 "나눠준 자리에서 곧바로 사인을 받아 수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부모가 직접 동의해야 하는 서류도 학생이 대신 사인하는 경우가 많다"며 "동의서 수거 작업이 매우 형식적"이라고 고백했다.

동의서를 받았다 하더라도 학교라는 공공기관이 사설업체의 영업행위를 도와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일부 사교육업체에서 고교 교사에게 수험생들의 성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 이를 금지하는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며 "교사가 직무와 관련해 수집한 정보를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교육업체에 제공하는 것은 사·공립 구분 없이 복무규정 위반으로 징계대상"이라고 말했다.

일부 학교는 성적 정보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까지 통째 넘겨줘 경찰의 조사까지 받은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일부 교사의 경우 성적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주민등록번호까지 사교육업체에 엑셀 파일로 통째 넘겨준 것을 확인했다"며 "경찰에 고발했지만 그 뒤 사건이 유야무야됐다"고 말했다. 대교협이 파악한 사교육업체는 K사, S사, T사 등 3~4곳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A고교 교장은 "대교협이 제공하는 자료로는 진학상담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학교운영위원회의 동의를 거쳐 사설기관의 입시상담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학교들이 그렇게 하고 있고 진학지도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A고교의 한 학부모는 "사교육업체가 가만히 앉아서 공교육 기관으로부터 정보를 얻고 이를 통해 떼돈을 벌고 있는데 문제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학교들이 연합하거나 대교협이 역할을 해주면 수험생들이 사교육 업체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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