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발효된 미국, EU(유럽연합)과의 FTA(자유무역협정)에 이어 중국과의 협상 개시 과정에서 졸속 추진 우려가 끊이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그 전철을 밟는 것 같다." 민간 연구기관의 한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무리하게 FTA를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와 정부가 FTA 체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중남미를 순방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오는 25일 콜롬비아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FTA 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양국은 최근 비공식 고위급 실무협의를 갖고 FTA 협상을 잠정 타결했다. 지난 2009년 12월 첫 협상을 시작한 지 2년 반 만에 속전속결로 협상을 마무리 지은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실무협의에서 쟁점사항인 쇠고기 등 농축산품과 투자, 지적재산권 분야의 이견이 모두 해소됐다"며 "양국이 FTA 타결 시 경제적인 실익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조속히 협상을 타결 지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간)에는 멕시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석 달 안에 FTA 체결 협상을 개시하기로 했다. 17일에는 캐나다 총리와의 회담에서 올해 안에 FTA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한·캐나다, 한·멕시코 협상은 지난 2008년 3월과 6월 이후 중단 상태였다.
기획재정부도 FTA 체결 확대에 군불을 때고 있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대외장관회의에서 "그 동안 지지부진했던 일본과 캐나다, 호주 등과 FTA 협상의 불씨를 되살리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FTA 체결에 열을 올리는 것은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관세 철폐를 통한 수출 확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유럽발 세계 경제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서도 주요 수출국과의 FTA 체결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의 FTA 졸속 추진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가 성과에 급급해 일방적으로 FTA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국민들의 FTA 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리면서 FTA 추진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정부가 혹시 FTA 조급증에 걸린 건 아닌 지 한번 생각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