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체질개선 프로젝트-세계 최고 기술주시장 향하여]①잃어버린 10년

'코스닥시장의 심장이 멈췄다.'
코스닥시장이 지난 1일 개설 16주년을 맞았다. 국내 중소 및 IT(정보기술) 벤처기업의 산실 역할을 담당하며 어느덧 청년으로 자란 코스닥에 당연히 축하의 말이 쏟아질 법하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코스닥의 시장기능을 되살릴 수 있는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처방전이 시급하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왜일까. 코스닥지수의 움직임만 봐도 코스닥시장의 상태를 바로 파악할 수 있다. 코스닥지수는 96년 7월1일 1000으로 첫걸음을 뗐다. 정부의 벤처육성정책에 힘입어 2000년대 초반만해도 2800선까지 치솟으며 벤처 성공신화를 양산했다.
하지만 벤처 호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코스닥지수는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고 지수는 10년이 넘도록 50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경제를 뒤흔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0대까지 밀렸던 코스닥지수는 500 박스권에서 횡보하고 있다. 반면 코스피지수는 2011년 5월 최고치인 2228.96을 기록하는 등 위기상황에선 내려갔다가 다시 회복하는 등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코스닥시장의 활력이 떨어지자 장기간 부진이 이어져 시장기능 자체를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증시전문가는 "코스닥지수의 흐름은 죽은 사람의 맥박과 같다"며 "역동성이 사라진 시장은 급락하는 시장보다 덜 건강하다"고 진단했다.

◇시장기능 상실에 신뢰도 떨어져=1000개에 육박하는 코스닥기업의 매출이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9%다. 실제 중소기업들이 일자리 창출 등 국가경제 전체에 기여하는 게 대기업에 비해 결코 작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스닥시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코스닥시장의 활기가 떨어지다보니 자본조달 등 본질적인 시장기능도 현격히 약화되고 있다. 올들어 5월까지 코스닥 상장법인의 유상증자 금액은 2686억원에 그쳤다. 2009년 3조5000억원, 2010년 1조2000억원과 큰 격차를 보인다.
독자들의 PICK!
이런 상황에서 코스닥 상장기업들의 퇴출이 지속되고 있다. 올들어 26곳이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됐다. 횡령 및 배임사건이 잇따르면서 시장의 신뢰도 떨어졌다.
기관들은 코스닥을 외면하고 시장엔 한방을 노리며 테마를 좇는 꾼이 넘쳐난다. 지난해 코스닥 거래대금에서 개인투자자의 비중은 92%에 달했다. 대선과 총선이 겹친 정치의 해를 맞아 올해도 연초부터 정치인 테마주가 시장을 달구는 등 기업가치보다 테마가 시장을 뒤흔드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코스닥이 시장기능은 점점 퇴보하고 신뢰도마저 떨어지면서 투자자나 상장기업이 이탈하는 총체적이고 고질적인 악순환에 빠져있다는 것이 증시전문가들의 진단이다.
◇'2부리그'를 넘어서야=한국거래소는 올해 코스닥시장 발전방안의 핵심 대안으로 첨단기술주시장으로의 정체성 확립을 내세웠다. 특히 초기성장형 중소기업시장인 코넥스가 올해말 개설될 예정이어서 코스닥을 비롯해 시장간 정체성 재정립이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지금처럼 시총규모에 따라 대형주는 코스피로, 중소형주는 코스닥으로 구분해서는 코스닥시장은 영원히 2부리그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한국거래소의 진단이다.
최홍식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은 "미국 나스닥은 첨단기술주시장으로 정체성을 확립해 페이스북 등 대형 우량 기술주들의 유치가 이어지고 있지만 주식시장의 2부시장 또는 중소기업 위주 시장 형태로 운영되는 신시장은 모두 성장정체에 빠져있다"며 "시장을 주도할 대형기술주 유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LG실트론 등 IPO(기업공개)를 앞둔 우량 기술주의 코스닥시장 상장을 유치함으로써 우량주 위주의 상품성지수를 개발, 기관 및 외국인의 시장참여를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즉, 기관과 외국인에게 코스닥에 활발히 참여할 수 있도록 헤징수단을 제공하고, 장기적이며 안정적인 수요기반을 확충함으로써 나스닥처럼 첨단기술주시장으로의 변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일선 코스닥 상장사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코스닥시장의 신뢰회복을 위해서는 정책당국이 투자자 눈치를 볼 필요없이 불량기업들을 더욱 과감히 솎아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상·하한가 폐지 등 보다 공격적인 정책대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욱재 IBK투자증권 스몰캡팀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발생하는 이익불균형도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며 "코스닥이 첨단기술주가 성장하는 창구가 되려면 지금 일부 조항이 있긴 하지만 일정기간 산업별로 성장기업에 대한 특례조항을 두는 등 보다 파격적인 방안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