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시장 침체가 차라리 반가워요."
KDB산은금융그룹 한 직원의 얘기다. 최근 오랜 준비 끝에 상장 준비를 마친 기업들이 시장위축에 울상을 짓는 터여서 그의 말은 의외였다. 산은금융의 핵심 계열사 KDB산업은행의 한 행원도 비슷한 말을 했다. 이들은 현재 지주회사가 추진하는 IPO를 보류하길 바라는 눈치였다.
이유 중 하나는 청약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산은 행원은 우리사주조합 결성을 위해 일반사원의 경우 3000만~4000만원어치를 청약해야 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회사 측은 성장과 주가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으나 주가가 과연 얼마나 오를지도 알 수 없는 일 아니냐고 했다.
이런 반응은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와 사뭇 다르다. 산은금융은 연내 목표로 IPO를 준비해왔다. 대우증권 등 계열사에서 IR 담당 직원 일부를 산업은행에 파견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한 계열사 직원은 "내부에서 연내 상장을 기대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각국을 돌며 진행하는 설명회 비용이 만만치 않고 이 일에 매달리는 직원도 적잖다"고 아쉬워했다. 물론 경영진의 의지가 워낙 강력한 탓에 드러내놓고 이의를 제기하지는 못한다.
사실 일정도 촉박한 편이다. 산은금융이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려면 산업은행의 해외채무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 동의안을 받아야 하는데,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지 미지수다. 국회 정무위는 산은금융의 상장 시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안팎의 사정으로 인해 공모주시장의 한파가 오히려 다행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직원은 "정치논리 등에 밀렸다는 지적보다 시장위축에 따라 불가피하게 연기되는 모양새가 더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산은 직원들이 IPO를 썩 달가워하지 않는데는 '상장 그후'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부족한 탓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장 후 산업은행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를 어떤 형태로 발전시켜 나갈지에 대한 논의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경기 둔화로 인해 실적 개선도 더딘 상태다.
산업은행의 또 다른 직원은 "그간 자부심을 가져왔는데, 너무 급하게 상장을 추진하다 가치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경영진이 IPO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는 내부에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