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원 감시나 잘하지, 시장 감시는 무슨…."
지난 21일 한국거래소는 불난 호떡집마냥 부산했다. 한 직원이 공시정보를 미리 빼돌린 혐의가 드러나자 부랴부랴 공시개선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시장 파수꾼을 자처하는 거래소에서 초유의 사건이 발생하자 "스스로나 잘 감시하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공시는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업정보를 담은 것이어서 미리 알 경우 큰 수익을 올리거나 손해를 피할 수 있다. 현재 거래소 직원들은 주식매매 이전 감사실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특정 의도를 갖고 공시 표출 직전 이를 활용해 차명계좌 등으로 매매하면 막을 도리가 없다.
이번 사건을 직원 한 사람의 잘못으로 치부하기엔 거래소의 책임이 커보인다. 공시정보에 대한 직원들의 접근이 용이했고, 담당자에 대한 감시체계도 없었던 탓이다. 관련 직원에 대한 조사도 거래소 내부 감찰이 아닌 외부 제보로 시작됐다.
거래소가 서둘러 내놓은 대책을 두고 업계는 알맹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우선 공시시스템 접근권한을 최소화해 현재 코스닥 담당 직원과 시장운영팀 직원이 미리 볼 수 있는 공시내용을 공시처리부서로 제한하기로 했다. 하지만 직원에 대한 감독시스템이 없는 이상 '최소한의 직원들'이 유사범죄를 저지를 여지는 남아있다.
공시 사전확인절차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마찬가지다. 이 사건으로 시장조치를 수반하는 공시 외 수시공시에 대한 사전확인절차는 면제됐지만 거래정지나 관리종목 지정, 상장폐지 등 시장조치를 수반하는 나머지 공시는 검토단계를 거치는 만큼 사전 유출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으로 나온 거래소 대책은 말 그대로 '최소화', 확률을 낮추자는 것뿐이다. 이번 사건이 직원 개인의 양심과 도덕성에 맡겨놓은 데서 출발했다면 이를 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사실 공시 정보 사전 유출은 많은 직원들이 접근 권한을 가고 있었기 때문만도 아니고 공시 전체를 사전에 검토한 탓 만도 아니다. 아울러 임기말 나타나기 쉬운 '도덕적 해이' 분위기가 전염돼 거래소 직원들의 윤리의식이 무뎌지지 않았는지도 점검해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