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ETF, 지나친 외형주의 버려야 산다

[기자수첩]ETF, 지나친 외형주의 버려야 산다

김성호 기자
2012.09.07 06:31

"거래가 안되는 종목은 상장을 폐지해야 시장이 살 수 있습니다." 지난 3일 금융위원회가 ETF(상장지수펀드)시장의 건전화 방향을 발표한 직후 자산운용업계 ETF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같이 말했다.

이번 정책에는 ETF시장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중 펀드설정액과 거래대금이 일정 수준에 미달하는 소규모 ETF는 상장을 폐지한다는 내용은 단연 눈에 띠는 대목. 과거 ETF 활성화를 위해 폐지한 상장폐지 기준이 다시금 부활한 탓이다.

국내 ETF시장이 열린 지 올해로 10년째다. 그 사이 시장규모가 30배 커졌고 일평균 거래대금은 세계 4위를 기록 중이다. 상장종목 수 역시 100개를 넘어서 명실상부하게 아시아 ETF 최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커진 ETF시장에 정부가 메스를 대는 이유는 ETF시장이 속빈 강정과 같다는 판단에서다. 일평균 거래대금이 세계 4위라고 하지만 실제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종목은 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업계도 금융위의 판단에 공감하는 표정이다. A자산운용사 ETF 관계자는 "전체 자산규모가 10조원이라고 하는데, 펀드수가 130개"라며 "개별 종목으로 따지면 평균 자산이 100억원도 채 안되는 것인데, 이를 두고 아시아 최고 운운하는 것은 사실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을 책임지는 거래소는 금융위와 업계의 생각과 조금 다른 듯싶다. 거래소 측은 지난 7월 저유동성 ETF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LP(유동성공급자)에 지원금을 추가 지급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저유동성 ETF라 하더라도 어떻게든 살려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산운용사가 상장한 ETF를 상장폐지할 경우 페널티까지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지나치게 외형에만 집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

B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상장된 ETF를 자산운용사가 쉽게 상장폐지할 경우 선의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지만 반대로 거래도 안되는 ETF를 억지로 명맥만 유지해 투자자들의 판단을 흐리는 역기능 또한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ETF 투자자 중 개인비중이 80%에 달한다. ETF시장이 외형은 물론 질적으로 최고가 되려면 지금의 화려함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