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예측가능한 물가정책을

[기자수첩]예측가능한 물가정책을

장시복 기자
2012.09.14 06:51

지난 7월 하순 들어 주요 식품업체들이 대표 제품가격을 하나둘 씩 올리기 시작했다. 바캉스 시즌과 런던 올림픽 기간이 맞물리면서 정부의 물가관리가 느슨해진 시기다.

처음엔 정부도 발끈했지만 이렇다 할 제재가 없자 그동안 원가상승 압박에 억눌려 온 업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너도나도 인상 대열에 동참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로 떨어지면서 정부가 여유가 생겼다는 진단도 나왔다. 여름 국제 농산물가격 급등이 연말경 가공식품 원가에 반영될 것임을 고려해 좀 털고 가자는 기류도 나왔다. 여러가지로 '용인' 시그널이었다.

업체들은 주로 여론의 관심도가 낮아지는 시간대인 금요일 오후에 인상발표를 했다. 아무리 용인하는 분위기라도 눈치가 보였던 탓이다. 눈치는 인상률에도 반영됐다. 두자릿수에 못미치는 9%대 인상률이 '적정선'으로 여겨진 것이다.

그런데 대다수 식품업체가 인상을 마무리 짓고 홀가분해 할 때 쯤 느닷없이 정부가 칼을 빼들고 나왔다. 지난달 2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가공식품 담합 의혹을 단속하겠다며 대대적 점검에 나선 것이다. 한달사이 물가인상에 대한 태도가 확 달라지는 신호로 여겨지면서 업체들은 어리둥절해 했다.

당국은 몇달전까지만 해도 맥주값 인상에 수차례 제동을 걸었다. 그런데 이번엔 곧바로 허용됐다. 정부의 정책 시그널이 일관성이 없는 것이다.

여론 풍향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기 보다 장기적인 경제 전망을 내다보고, 애그플레이션 등의 외부변수와 업계의 수지 상황을 두루 고려해 예측가능한 물가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래서 나온다. 그래야 업계도 원가상승이 물가에 주는 압력을 최대한 흡수하기 위한 노력을 계획성있게 할 수 있다.

시그널이 합리적인 이유없이 갑자기 바뀔 경우 업체가 정부 눈치나 보며 인상 타이밍과 인상률을 저울질하는 게임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도 가격정책과 관련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특별히 실적이 나빠진 것도 아닌데 인상 유행에 '묻어가는' 경우도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CJ제일제당이 설탕값을 5.1% 인하한 사례처럼 원가 인하 요인이 있을 경우 제품가를 내리는 시도는 소비자에게 신선감을 주고 기업에 대한 신뢰를 높인다. 높은 신뢰는 불가피한 가격인상에 대한 저항을 줄이는 소중한 언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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