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는 몰랐나, 모른척 했나…당국 고의 드러나면 제재
증권거래세 부당징수라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해당 증권사나 감독당국의 업무처리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주식거래가 핵심 업무인 증권사가 법 개정으로 거래세 산정방식이 바뀐 것을 3년 이상 모른 것이나 감독당국이 증권사를 대상으로 각종 검사업무를 진행하면서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 역시 납득하기 힘들어서다.
◇거래세 산정방식 변경 왜 몰랐나=지난 3년여간 거래세를 부당 징수해온 증권사들은 한결같이 "거래세 산정방식이 바뀐 지 제때 몰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법 개정 당시 예탁원이 각 증권사에 관련공문을 보냈고 이에 따라 삼성과 대우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거래세 산정방식을 변경, 적용한 점을 고려하면 단순 업무착오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적잖다.
법 개정 당시 몰랐다고 해도 거래세를 납부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감지하지 못했는지도 의문이다. 현재 거래세는 주식을 매도할 때만 매기며 세율은 코스피(농특세 0.15% 포함), 코스닥 모두 0.3%다. 증권사가 원천징수의무를, 한국예탁원이 납세의무를 갖고 있다.
증권사가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도할 때마다 거래세를 원천징수하면 납세의무자인 예탁원이 이를 받아 대납하는 구조다. 이를 위해 예탁원은 매달 거래소로부터 매매자료를 건네받아 거래세를 계산하고 각 증권사에 이를 통보한다.
예탁원 관계자는 "증권사로부터 거래세를 받기 전에 거래소 자료를 토대로 납부할 금액을 정확히 계산한다"며 "따라서 증권사가 잘못 징수했다고 해도 실제 세금이 덜 걷히거나 더 걷히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곧 증권사와 예탁원의 거래세 산정방식이 다르면 원천징수 금액과 실제 납부액은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증권사가 예탁원에 원천징수한 세금을 납부하는 과정에서 추가 징수 여부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해당 증권사들은 "세금 차이가 미미해 회계처리상 이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증권사들이 거래세 징수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도 모른 척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산시스템의 거래세 산정방식을 바꾸고 추가 징수된 세금을 되돌려주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며 "책임 소재도 따져야 하는 문제라 그냥 덮고 간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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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징수 세금 어떻게= 키움증권과 동양증권은 긴급히 사태파악에 나섰으나 추가 징수된 세금이 얼마인지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구나 거래세 산정방식을 변경하기 위해선 전산시스템 개발이 선행돼야 하는데 이때까지는 옛날 방식을 그대로 적용해야 하는 것도 문제다.
뒤늦게나마 거래세 산정방식의 문제를 파악한 우리투자증권은 추가 징수된 세금을 고객들에게 최대한 돌려주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수십만 계좌의 거래내역을 일일이 파악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계좌를 중도 해지한 고객들도 있어 환급절차가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계좌를 해지한 고객의 경우 직접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세금 환급이 어려울 것"이라며 "환급세액이 많지 않으면 적극적으로 나서는 고객들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의 거래세 산정방식에 대해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이를 통해 문제가 있는 증권사들은 개선토록 하고 추가 징수된 세금은 투자자들에게 최대한 환급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거래세 산정방식이 바뀐 것을 알고도 이를 적용하지 않은 증권사들은 제재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전체 증권사를 대상으로 무엇이 잘못됐는지 조사하고 문제점을 개선토록 하겠다"며 "규모를 떠나 거래세가 잘못 징수된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조사를 통해 고의성이 확인된다면 강력히 제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