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은행들, 해외서도 출혈경쟁

[기자수첩]은행들, 해외서도 출혈경쟁

배규민 기자
2012.11.27 15:07

"거래기업과 한 달 가까이 대출 금리를 조정했는데 경쟁은행이 0.2%포인트 더 낮은 금리를 제시했다고 하니 황당하죠."

러시아에 법인형태로 진출한 국내 A은행 직원의 말이다.

최근 은행권의 해외진출이 활발해졌지만 현지에서는 국내기업 유치를 위한 출혈경쟁이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사무소나 지점형태로 진출한 은행의 경우 본점에서 조달한 저금리의 자금을 활용해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을 공략하고 있다고 복수의 해외 진출 국내은행 관계자들은 전했다.

A은행은 결국 금리 인하 대신 환전과 송금 수수료 우대 등 다른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금리를 0.2%포인트 낮추면 역마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역마진 보다는 수수료 이익 감소를 택한 셈이다.

이는 올 8월 국내 시중은행 부행장들이 금융감독원과 '해외 현지화 방안'을 논의한 것과 정반대의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국내 대기업과 동포들을 상대로 한 영업 자제를 주문했다. 은행들 간의 경쟁 심화를 막기 위해서다. 대신 현지화를 위해 현지 소매금융 진출을 적극 권했다.

물론 은행들도 할 말은 있다. 현지 금융회사에 비해 네트워크 수와 규모면에서 열세인 상황에서 현지인과 현지 기업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수익 감소를 상쇄하기 위한 방편으로 해외수익 창출을 모색하고 있다면 쉬운 길만 찾아서는 안 된다. 국내 기업 위주의 영업은 경쟁이 심화돼 결국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올 상반기 11개 국내은행 해외 영업점의 순이자마진(NIM)은 전년 동기 보다 0.44%포인트 떨어진 1.69%를 기록했다. 지난 2008년 이후 처음 1%대로 떨어졌다.

현지화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외서도 국내 기업들을 상대로 금리 경쟁만 벌인다면 현지화는 더 요원해 질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라는 해외 진출의 애초 취지가 사라진다.

"한국에서의 금융 산업은 적은 수의 고객을 빼앗기 위한 출혈경쟁에 접어들었다. 철저한 현지화로 해외로 나가는 것만이 살길이다." 모 금융지주회장의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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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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