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열린 '아베노믹스' 수출주 먹구름(상보)

막 열린 '아베노믹스' 수출주 먹구름(상보)

이현수 기자
2012.12.17 17:58

'무제한 양적완화'를 공약했던 일본 자민당이 총선에서 압승한 직후인 17일 국내 증시에서 자동차주가 급락했다. 통화공급 확대에 따른 '엔저'(엔화 약세)가 가속화할 경우 한국 수출 업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때문이다.

◇'윤전기 아베'…엔저 어디까지?= 증시 전문가들은 일본 자민당의 공약 수위가 워낙 높아 엔화 약세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엔화 85엔이 전고점 레벨이었는데 아베 총재가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돈을 풀겠다'고 말한 만큼 향후 최대 95엔까지 빠지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책 실효성 등을 이유로 엔저 기조가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서대일 대우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 속도가 느려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일본은행(BOJ)의 양적완화가 미국의 통화정책을 압도할 정도로 강력하지 못한 데다 구조적으로 안전자산 지위 약화에 대한 평가는 추가 정책들을 확인하면서 서서히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78~79엔대 묶여 있었던 엔/달러 환율은 이날 84엔을 돌파하는 등 상승곡선을 그려 왔다.

◇자동차 1차 타격…업종별 영향은?= 국내 수출주 가운데 일본과 경합관계가 높은 자동차주는 엔화 약세에 따른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날 약세도 자민당 승리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는 설명이다.

현대차는 전거래일 대비 1.96% 하락한 22만5000원, 기아차는 3.58% 내린 5만92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현대모비스는 3.00% 떨어졌다. 자동차 부품주인 만도와 평화산업도 각각 4.10%, 3.99% 급락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을 감수하면서까지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겠다고 선언한 자민당이 승리해 투심이 급격히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해외생산 비중이 확대된 만큼 실제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엔저는 증권·금융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엔화 가치에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정책 당국이 향후 금리 인하 등 원화 약세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같은 수출주라도 IT업종은 일본과의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는 만큼 영향이 작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가격이 싸다고 해서 '갤럭시'를 쓰던 이들이 소니에릭슨 등을 사지는 않을 것"이라며 "IT·반도체 업종은 엔저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삼성전자는 0.79% 하락하는 데 그쳤고, SK하이닉스는 오히려 1.72% 상승했다.

이밖에 엔화 부채가 많은 철강·정유 업종 추이도 주목된다. 포스코의 경우 지난 10월 말 기준 차입금 10조3000억원 가운데 엔화 부채는 약 20%인 1452억엔이다.

이원재 SK증권 연구원은 "엔화가치가 연초 대비 9% 이상 떨어진 만큼 철강 업체들의 차입금 부담은 줄어들었을 것"이라면서도 "수출시장에서 원화강세로 가격경쟁력이 줄어든 만큼 전체 경기 측면에서는 엔저를 호재로 여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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