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장벽이 지속성장 발목...구조개혁 서둘러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자국 경제를 장기 침체와 물가하락(디플레이션)의 수렁에서 끄집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그의 성장 드라이브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규제 완화 등 구조개혁이 시급한데, 개혁에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무제한 양적완화·12조엔 추경…아베, 경제회생 박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아베가 취임 2주 만에 주가를 띄어 올리고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가시적인 성과를 냈지만, 이제부터는 전임 정권을 잇달아 무너뜨렸던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일본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아베의 가장 대표적인 경제정책은 일본은행(BOJ)을 통해 엔화를 무제한 푸는 대담한 금융완화(양적완화)다.
이 공약 덕분에 지난해 11월 총선 유세 직전 80엔을 밑돌았던 엔/달러 환율이 최근 2년 반 만에 88엔을 돌파하는 등 엔화값 약세가 두드러졌다. 도쿄 증시의 닛케이225지수도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와 더불어 아베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에도 속도를 냈다. 오는 11일 확정될 것으로 보이는 추경예산 규모는 일본 GDP(국내총생산)의 2%에 해당하는 12조엔(약 146조엔) 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지난 2009년 이후 가장 큰 것으로 이 가운데 5조엔 이상은 공공사업 일정을 앞당겨 투입될 전망이다.
일본 매체들은 기존 예산과 지방정부 및 민간 부문 지출까지 감안하면 오는 3월 끝나는 올 회계연도까지 새로 풀리는 부양자금이 20조엔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BOJ도 아베의 대담한 금융완화 정책에 호응하려는 분위기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BOJ가 오는 21~22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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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식통은 BOJ가 이번 회의에서 현행 1%인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2%로 높이는 방안까지 염두에 두고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물가상승률이 수개월째 마이너스(-) 영역에 머물러 있는 만큼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두 배로 높이면 시중에 엔화를 풀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더 커진다.
BOJ는 지난해 12월 회의에서도 양적완화 프로그램 규모를 101조엔으로 10조엔 증액했다.
◇"지속성장이 관건"…규제완화로 노동생산성 높여야
WSJ는 이같은 아베의 성장 드라이브가 일본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아베가 경제정책 사령탑으로 신설한 경제재생본부는 전날 첫 회의에서 세제 개혁과 건강보험 규제 완화 등 장기적인 성장 대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뜯어고쳐야 할 법과 규제가 한 둘이 아니고, 이해관계가 엇갈려 대책을 실행하기는 여의치 않아 보인다.
WSJ는 2006~2007년 아베가 처음 집권했을 때나 그의 전임자였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시절에도 비슷한 정책이 추진됐지만 성과는 제한적이었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일본 정치권 안팎에서는 아베가 올 여름 참의원(상원) 선거까지는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기업들은 이 여파로 일본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이 더 늦춰질까봐 걱정하고 있다. 더욱이 일본 총리 임기는 최근 7년간 평균 14개월에 불과했다.
WSJ는 잠재성장률을 장기적으로 끌어올리려면 노동력을 확충하거나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한창인 일본의 경우 노동생산성 개선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1.60달러로 35개국 가운데 19위에 불과했다. 이는 OECD 평균(45.60달러)에도 못 미친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노동생산성이 낮은 것은 관료주의에 따른 겹겹의 규제와 숨 막히는 기업환경 탓이라고 지적한다. 아베가 구조개혁 속도를 늦출 게 아니라는 얘기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일본에서 창업을 하는 데는 평균 23일이 걸리지만 미국과 독일에서는 각각 6일, 15일밖에 안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