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교과부 5년 공들인 '융합' 한순간에 '끝'

[현장+]교과부 5년 공들인 '융합' 한순간에 '끝'

최중혁 기자
2013.01.24 16:23

교육부-과기부 공무원들, 산학협력 업무 이관 두고 '충돌·분열'

 교육과학기술부 내 교육부 출신 공무원들과 과학기술부 출신 공무원들이 끝내 충돌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과 과학기술의 '융합'을 위해 5년간 공을 들였지만 분열은 한 순간에 일어났다.

 교과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 22일 발표한 정부조직개편 세부안을 어떻게 실행할 지 논의하기 위해 24일 오전 1·2차관 주재로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옛 교육부 출신 간부들과 과기부 출신 간부들이 설전을 벌이며 얼굴을 붉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조직개편 발표를 앞두고 살얼음판을 걷듯 불안한 동거가 계속되다 결국 파국을 맞은 것이다. 갈등의 핵심은 '산학협력'이었다.

 인수위는 새정부에서 신설될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의 기능조정과 관련해 "교과부의 산학협력 기능, 지식경제부의 신성장동력 발굴 기획 기능, 총리실 소관 지식재산위원회의 지식재산전략기획단 기능을 미래부로 변경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래부의 산학협력 기능에 대해 교육부 출신 공무원들은 산학협력의 총괄조정 기능과 기술이전 및 사업화라고 해석한 반면, 과기부 출신 공무원들은 산학협력 업무 전반이라고 해석했다. 얼핏 보면 비슷한 얘기 같지만 파고들어가 보면 내용은 크게 차이가 난다. 인수위가 업무범위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 생긴 일이다.

 현재 산학협력 업무의 근거가 되는 법률은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산촉법)'이다. 교육 기능과 연구개발(R&D) 기능이 같이 담겨 있는데, 구체적으로는 △고교·전문대·대학의 산업교육 진흥 △산업기술인력의 양성 △산학연 협력계약 및 산학협력단 △학교기업 △기술지주회사 등을 다루고 있다.

 교육부 출신 공무원들은 산촉법 내용의 대부분이 고교·전문대·대학에서의 산업교육 진흥(진로교육, 교원자격 등)과 학교운영인 만큼 교육부 소관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미래부가 산학협력 총괄 기능을 수행할 것을 감안하더라도 '쟁점사항별 공동 소관'이 맞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과기부 출신 공무원들은 미래부가 박 당선인의 미션(성장동력 발굴 및 일자리 창출)을 수행하려면 산촉법 업무를 모두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학의 산학협력단, 기술지주회사, 학교기업 등을 모두 총괄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산촉법 업무를 미래부가 모두 가져가게 되면 '대학업무'가 애매해진다는 점이다. 인수위는 이미 '대학업무'는 교육부에 그대로 남겨둔다는 원칙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산학협력단과 기술지주회사, 학교기업 등은 모두 대학의 하부 조직이다. 미래부가 총괄조정 기능이 아니라 교원, 현장실습 등 집행 기능까지 갖게 되면 대학업무는 두 부처로 쪼개질 수밖에 없다. '선수-심판론'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산촉법은 대학뿐 아니라 전문대, 고교도 다루고 있고 과학기술 인력과 함께 인문, 사회, 농업, 수산, 예체능 등 다양한 분야의 인력도 함께 다루고 있다. 그럼에도 과기부 출신 공무원들이 산촉법 단독 소관을 강하게 주장하는 이유는 '미래부 껍데기론'에 대한 위기감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과기부 출신의 한 고위공무원은 "미래부가 지금처럼 기초과학연구 중심이 되면 당선인이 강조한 창조경제를 견인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업무 이관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미래부는 공룡이 아니라 빈껍데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과기부 출신 공무원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창구가 없다는 점에서도 위기를 느끼고 있다. 교과부는 사실상 교육부 출신 공무원들이 장악했고, 과기부 출신 공무원들은 타 부처에 뿔뿔이 흩어져 있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

 교육부 출신 고위공무원은 이에 대해 "산학협력 업무는 교과부뿐 아니라 지경부, 중기청을 비롯해 방통위, 농림부, 환경부, 국방부 등 거의 전 부처에서 다루고 있다"며 "인수위의 의도는 미래부가 콘트롤타워 기능을 하라는 것이지, 집행업무를 하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산업교육에 관한 법률을 가져갈 것이 아니라 전 부처의 산학협력 업무를 총괄할 '산학협력 기본법'을 제정하는 게 맞다는 주장이다.

 교육부 출신 공무원들과 과기부 출신 공무원들의 갈등은 부처 업무 '교통정리'가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과기부 출신 공무원들은 인원 수에서 밀린다고 보고 양성광 연구개발정책실장을 중심으로 내부 협의체를 구성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 갑자기 적으로 바뀐 모습이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교육과 과학기술의 통합을 위해 지난 5년간 융합인사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부처의 이해관계 앞에서 이는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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