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한 방에 한국 침몰인 거냐."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꼽히는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판에 남긴 글이다. 조 센터장은 "최근 글로벌 거시경기 반등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해 주가흐름이 강하게 나타난다"며 "한국만 정책을 실기한 대가로 어이없이 무너지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이런 시각은 비단 조 센터장만 갖는 것은 아니다.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약 1800개 업체가 원/달러 환율 급락에 시름을 한 지는 오래다. 지난해 10월말 달러당 엔화 환율은 80엔을 밑돌았지만 불과 3개월 만에 91엔 수준까지 13.75% 급등(엔화가치 절하)했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1090원선에서 1050원대로 급락(원화가치 절상)했다.
경제 성장에서 수출의 비중이 아직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이런 환율흐름은 기업 전반의 실적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사기에 충분하다.
이런 걱정은 주가에 반영해 코스피 시가총액은 새해 첫 날 1174조원에서 지난 25일 1125조원으로 50조원 증발했다. 지난 25일은 엔/달러 환율이 2년7개월만에 처음으로 90엔선을 돌파한 날이었다.
외환당국은 은행 선물환 포지션 한도축소 방안을 내놓은 데 이어 외화건전성 부담금 강화, NDF(차액결제선물환) 규제 등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외자금 유출 물꼬를 터서 국내에서 원화와 달러 등 외화 사이의 수급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해외에 투자하는 역내 펀드에 대한 비과세 조치를 부활해 국내자금이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국내 기업이 수출해 번 돈을 해외에 재투자할 경우 세제혜택을 주는 것을 포함해 5~6가지 방안을 마련한 후 시나리오별로 하나씩 또는 동시다발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당국도 방법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실행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복지 재원 마련에 우선 순위를 두는 터라 해외펀드 비과세 도입 등에 얼마나 귀를 기울일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눈 앞의 '작은' 세원을 지키려다 성장력 훼손으로 인한 '큰' 세원 누수를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