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여의도 증권가에 구조조정 한파가 매섭다. 지난해에는 영업지점의 통폐합 수준이었으나 이번에는 '여의도 본사'를 타깃으로 한다는 점에서 증권맨들의 불안감이 크다.
지난주 중소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센터장과 베테랑 인력들이 줄줄이 사표를 쓰거나 조만간 그만둘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는 리서치센터 다음으로 수술대에 오를 부서로 주식운용팀을 꼽는다. 지난해부터 코스피지수가 좁은 박스권에 갇힌 가운데 대부분 증권사의 주식운용팀이 손실을 냈기 때문이다.
이미 A증권사는 주식운용팀을 아예 없앴다. 이 증권사는 지수, 선물·옵션, 파생관련 상품 운용팀은 그대로 남겨뒀다. 주식운용팀에 속해 있던 직원 대부분은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
또한 지난해 주식운용부문에서 100억원 넘는 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진 B증권사는 3월 결산 후 조직개편과 운용인력 감축을 심각히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C증권사의 주식운용 부서인 세일즈앤트레이딩팀은 실적부진에 분위기가 흉흉해진 상태다. 다른 중대형 증권사의 주식운용팀들도 비슷한 처지며, 해당 증권사는 구조조정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한때 각광받던 IB팀의 상황도 예외는 아니다. C증권사는 IB팀을 IB부로 격상하면서 일부 직원을 지점으로 내보냈다. 본사 IB부 조직을 실질적으로 축소한 것이다.
D증권사는 지난해 IPO(기업공개)를 단 한 건도 유치하지 못한 데다 CP(기업어음) 발행 실적도 부진해 회계사를 포함한 IB팀 인력감축에 나섰다. 한 증권사 IB담당 임원은 "IB의 꽃이 IPO라고 생각해왔는데 요즘처럼 불황에는 상장폐지 전문가가 되는 게 낫겠다"고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증권업 업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는 탓에 구조조정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대가 넓어지는 양상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증권사들의 접근이 너무 근시안적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사 고위관계자는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희망퇴직에 몸값이 가장 높고 이직 가능한 과장 직급이 주로 신청하는데 이들을 내보내 회사 여건을 개선해보겠다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기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한시적으로 비용을 낮출 수 있어도 궁극적인 타개책은 되지 못한다는 얘기다. 지금의 어려움이 구조적이라면 중장기적인 체질 개선책을 강구하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