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국가대표 씽크탱크' 자본시장연구원 김형태 원장

"중산층 육성이 뜬 구름 잡는 화두가 아닙니다. 주식 투자자들이 모두 중산층입니다. 자본시장이 튼튼해지는 것이 든든한 중산층 확보를 위한 첩경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김형태 자본시장연구원장(51·사진)은 자본시장을 주식을 매매하는 곳으로 보는 시각에 섭섭함을 내비쳤다. 새 정부가 화두로 제시한 중소기업 활성화나 중산층 육성 등의 해법을 제시해 줄 자본시장이 홀대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금융투자업계는 거래대금 급감으로 유례없는 혹한기를 맞고 있다. 벤처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KONEX) 신설, 대형 투자은행(IB) 육성 등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번번이 뒷전으로 밀렸다. 다행히 새 정부가 이를 국정 과제로 채택해 기대감은 가질 수 있게 됐다.
-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이명박 정부에선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김 원장을 만난 19일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는 개정안을 심의조차 못해 다음 임시국회에서 다시 다뤄지게 됐다.)
▶자본시장법은 금융위원회가 만들었지만 저희 연구원도 '오너십'을 갖고 있어 애착이 큽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담은 내용들은 새 정부가 강조하는 중소기업 육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대목이어서 중요합니다.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는 금융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고수익·고위험 상품과 유사합니다. 그런 위험을 부담하고 기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게 증권사들의 IB(투자은행) 기능입니다. 자본이 적은 곳에선 이 리스크를 감수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자본금을 키우고 투자 리스크를 질 수 있는 대형 투자은행을 육성하자는 것이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골자입니다.
중소기업에 투자하는 위험을 누군가는 부담해야 하는데 정부가 이를 모두 끌어안을 수는 없습니다. 결국 이 역할을 담당할 기관을 시장에서 만들어 줘야 합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이른 시일 내에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자본시장의 위기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주식의 매매는 물론 기업공개나 유상증자 등 발행시장도 위축돼 있습니다.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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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이 위기 국면을 맞은 데는 내부적인 이유도 있고 외부적인 요인도 있습니다만 국내 증시가 지금처럼 침체된 것은 한국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것과도 무관치 않습니다. 주가상승률도 장기적으로는 경제의 명목성장률을 반영하게 되는데 성장이 정체되면 주식 투자유인이 약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경제성장률은 3%대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경제가 성숙기로 접어드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을 텐데 이전처럼 고성장은 기대하기 힘든 상태입니다.
-저성장, 저금리 기조를 일본과 비교하기도 합니다.
▶일본의 전철을 밟을까 걱정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대개는 일본이 경기 침체에 빠져들 때와 한국의 현재 상황이 다르다고 결론을 냅니다. 하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문제점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예컨대 일본은 거대한 내수시장과 기축통화(엔화)라는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에서 우선 외환 유동성을 점검해야 합니다. 원화의 한계이자, 위기에 구조적인 취약점을 안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종합적인 시각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시장을 살리는 해법이 잘 보이지 않네요.
▶외적인 변수에도 불구하고 자본시장의 기능을 활성화하려면 코넥스에서 코스닥,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어지는 투자 생태계의 선순환 체계를 갖추는 것이 우선 중요합니다. 이런 토대가 되려면 벤처캐피탈과 사모펀드(PEF) 등이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증권사들은 국내 투자자들에게 해외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야 합니다. 사실 국내 증시 투자로만 높은 수익률을 얻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봐야 합니다. 인도네시아나 터키 등 신흥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난해 파생거래세 부과 논란에서 보듯 시장에 대한 외부의 이해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과거 덴마크가 포화지방을 함유한 모든 제품에 '비만세'를 부과한 적이 있습니다. 세수도 확보하고 국민 건강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그런데 국민들이 인접한 외국에서 사재기에 나서고 낙농가가 곤경에 처하는 부작용만 나타나자 덴마크 정부는 도입 1년 만에 이를 철회했습니다. 거래 자체에 세금을 매기는데 시장참여자들이 과연 그 부담을 감수하고 남아 있으려할까요. 부정적 효과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거래세를 도입했다가 덴마크 '비만세'와 유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토빈세(단기성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세금)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합니다.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진출에서 아직 큰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외 진출도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고 봅니다. 해외진출은 소위 '갑'이 먼저 나가는 비즈니스가 돼야 합니다. 그 중에서도 '슈퍼갑'이라 할 수 있는 국민연금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증권사는 일종의 '을'에 해당해 진입 장벽이 높은 해외시장을 뚫기가 쉽지 않습니다. 먼저 진출한 '갑'이 자금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을'이 참여하면 현지 금융회사들과 유리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획득하는 네트워크를 '을'이 활용한다면 해외 진출이 한결 용이해 질 수 있습니다.
-새 정부는 중소기업이 창조경제의 주역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입니다. 자본시장이 이를 도울 수 있을까요.
▶자본시장은 투자 주체간 연계가 중요합니다. 당국은 자본을 제공하는 투자자와 기업, 투자금을 손쉽게 회수할 수 있는 시장, 이 모두를 아우르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 요즘은 벤처캐피탈 조차 기업 공개를 앞둔 '후기' 기업들만 투자하려는 성향이 강해 '초기' 기업들의 애로를 겪고 있습니다. 증권사들의 영역 전문화, 세분화도 같은 맥락입니다. 기업이 중소, 중견, 대기업으로 이어지듯 증권사들도 규모별로 각자의 관심 영역에 특화하도록 하는 게 필요합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비전은.
▶연구원은 대한민국 최고의 자본시장 씽크탱크 반열에 올라섰다고 자부합니다. 우선 '연구원다운 연구원'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이론에 치우치지 않고 현실감 있는 연구를 주도하려 합니다. 아울러 복지나 교육 등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해 자본시장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쪽으로 외연을 넓혀나갈 것입니다.
-재테크를 어떻게 하십니까. 만약 1억원이 있으시다면요.
▶글쎄요.(웃음) 우선 월지급식 주가연계증권(ELS)과 상장지수펀드(ETF)에 각각 5000만원 씩 투자할 것 같습니다. 다만 ELS의 경우 변동성이 큰 개별종목으로 기초자산이 이뤄진 것보다 한국과 해외 주가지수로 이뤄진 것을, ETF는 해외자산이나 다양한 자산에 분산돼 있는 것을 각각 선택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