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브러더' 없는 농산물, 롤러코스트 가격 부른다

'빅브러더' 없는 농산물, 롤러코스트 가격 부른다

반준환 기자
2013.03.14 05:55

[배추로 본 농산물 유통] 미국, 캐나다 정부가 수급통제..한국은 이해갈등으로 농협 제역할 못해

미국, 캐나다 등 농업 선진국들도 농산물 가격 급등락에선 자유롭지 못하다. 시카고에 세계최초의 근대적인 선물거래소라 일컬어지는 CBOT(시카고상품거래소)가 탄생한 건 당시 곡물가격 변동의 피해가 워낙 극심했기에 나온 고육책이었다.

다만 이들 국가들은 100년 이상 농산물 유통문제를 보완하는 장치를 마련한 끝에 현재는 농가와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피해를 크게 줄인 상태다. 대표적인 제도로는 유통조절명령과 품목별 유통위원회 등이 있다.

◇미국 `유통조절명령제'=미국은 과일과 채소, 유제품 등의 생산과 출하물량을 정부가 직접 규제하는 연방유통명령을 1930년대부터 실시해오고 있다.

이를테면 양파가 평소보다 많이 생산돼 가격폭락이 예상될 경우 일정기간 생산량을 강제로 조정하고 출하일정도 조절 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물론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생산자단체 등의 요청과 협의(생산자단체 재적회원 2/3 이상 찬성) 등을 거쳐 농무부 장관이 명령을 내린다.

유통조절명령 가운데는 연방우유 유통명령(FMMO)도 있다. 우유 등급과 판매용도에 따라 우유업자가 매월 최저지불가격을 정하고, 지역전체 우유물량으로 가중평균해 대금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이런 제도가 적용되는 품목은 우유 뿐 아니라 아몬드, 살구, 체리, 아보카도, 올리브 등 광범위하다.

◇캐나다, `마케팅보드제도'=캐나다 마케팅 보드 제도는 협동조합, 시장교섭협회 등과 함께 특정지역, 특정상품의 생산량 결정을 비롯해 가격과 판매규모를 직접 규제하는 권한을 갖는 정부산하 유통기관이다.

마케팅 보드는 생산과 판매에 대한 조언과 장려 뿐 아니라 각 농산물의 판매조건과 판매량, 가격까지 협상하고 결정을 내린다. 가격결정을 전적으로 시장에 맡기는 게 위험하니 정부와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합리적인 수준으로 정하자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국가 전체의 생산물량과 가격을 조절해 농가소득을 안정시키자는 취지인데 사과, 포도, 감자, 옥수수종자, 토마토, 돼지고기, 닭 등 80개 이상의 마케팅 보드가 운영중이다.

정부가 각 주별로 지역별 생산쿼터를 할당하면 주에선 농가별 물량을 다시 관리하는 방식인데, 제도운영이 매우 세분화돼 있다.

감자의 경우 신선감자, 수프용 가공감자, 껍질 벗긴 감자, 튀김용 감자 등 용도별 쿼터가 각각 다르다. 포도도 와인, 주스, 잼 등 제품별로 별도의 물량·가격이 적용된다.

◇한국엔 `빅브러더' 없어= 한국도 농산물 유통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개선을 추진해왔다.

1990년대 이후 진행된 굵직한 사업만 해도 △산지유통시설 건립 △공영 도매시장 건설 △산지유통조직 육성 △자조금지원 △브랜드 육성 △시군 유통회사 설립 △전국 대표조직 육성 △거래체계 다양화 △농수산물 도매시장 현대화 사업 등이 있었다.

아울러 미국이나 캐나다와 같은 유통조정 제도를 도입하려는 노력도 이어졌는데, 일부 품목을 제외하곤 시도에 그친 게 대부분이었다. 농가들의 의견을 한데 모아 조정할 수 있는 기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농협중앙회의 '역할부재'와 군소 지역농협의 난립이 문제로 꼽힌다. 한국에는 아직까지 1200여개의 지역농협이 있다. 지역농협도 읍면마다, 품목마다 따로 있으니 생산자 단체로 대표성을 지니는 곳을 꼽기 어렵다.

10여년 전 일본에는 5500여개의 지역농협이 있었으나, 정책 통일성을 이루기 위해 합병한 결과 지금은 700여개로 수가 줄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지역조합의 이해상충과 농협중앙회의 소극성으로 구조조정이 지연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09년까지 운영됐던 농협개혁위원회에서도 조합 합병안을 제시했으나 다른 현안에 밀려 성사되지 못했다. 지역조합은 최소화하고 이를 품목별 전국조합으로 통합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농협의 자금지원이 충분치 않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거론된다. 농가들이 밭떼기 상인에 의존하는 이유는 안정적인 판매를 보장해주는 것과 생산 등에 필요한 자금을 미리 지급해주기 때문이다. 농협의 본업을 밭떼기 상인들이 해준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농협은 산지유통 규모화를 통한 연합마케팅과 조합공동 사업법인제 등에서 성과를 얻고는 있으나 여전히 밑단에서 힘이 약하다"며 "중앙회와 별개로 움직이는 지역농협이 존재하고 있어 전체적인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각 지역조합간 갈등도 좀처럼 해소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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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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